탈레반, 첫 정식국가 인정… 中과 외교채널 구축

중국, 아프간 대사 신임장 제정
“아프간은 전통적 이웃 국가”
중국-탈레반 접촉면 확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요원들이 지난해 5월 25일(현지시간) 마이단 와르다크주에 있는 탕기 계곡 언덕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중국과 공식 외교 채널을 구축했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에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42개국 대사의 신임장을 제정했다고 보도했다. 빌랄 카리미 신임 아프간 대사는 여기에 포함됐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탈레반 정부를 정식으로 승인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중국이 아프간 임시정부가 파견한 신임 주중 대사와 중국 국가 지도자에 제정한 국서 정본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상적인 외교적 절차”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아프간의 전통적인 우호 이웃 국가로서 시종 전체 아프간 인민을 향해 우호적인 외교 정책을 펴왔다”며 “아프간과 외교관계를 비롯한 각 영역에서의 교류·협력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신임장을 받아들인다는 건 해당 외교관을 신용한다는 뜻이다. 신임장은 대사를 파견한 국가의 정상이 접수국 정상에게 외교관 임명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제출하는 문서다. 이에 따라 이날 왕 대변인의 발언은 사실상 탈레반 정권을 공식 승인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왕 대변인은 탈레반 정부를 승인하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도 “아프간이 국제사회 바깥으로 배제돼선 안 된다는 것이 중국의 오래된 생각”이라며 “(국제사회가) 아프간 재건·발전 추진을 함께 돕고, 아프간은 국제사회 기대에 더 부응해 개방적·포용적인 정치 구조를 구축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아프간이 온화·온건한 대내외 정책을 실행하며, 테러 세력을 단호히 타격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탈레반 대사의 신임장 제정은 예견됐다는 평가다. 카리미 대사는 지난해 12월 베이징에 부임, 중국 측의 환영 속에 이미 대사직을 수행 중이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9월 아프간에 자오성 대사를 파견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틈을 타 2021년 4월 재집권했다. 집권 뒤 이슬람 율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의 자유를 탄압하는 등 비인권적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해외 자금 동결 등으로 아프간 경제는 화폐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으로 최악의 상태에 몰렸다.

탈레반 정권은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과 카자흐스탄 등 인접 국가들과 회담을 열어 투자 유치를 모색하고 있는데, 이번에 파견 대사가 중국 정부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중국과 공식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중국은 탈레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역시 미국·서방 제재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국가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긴밀한 관계를 다지고 있고 있는데, 이러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