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광역버스 56%가 도심 직행… 버스 대란, 해법은 ‘환승 거점’

문동성,김이현 2024. 1. 3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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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기 표지판 유예에도 북새통
입석금지 이후 버스 증차가 원인
도심 진입도 635대→847대 급증
시, 혼잡 정류장 노선 분산 추진
지난 1월 4일 서울 명동에서 시민들이 퇴근을 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8일 시민 안전을 고려해 명동입구 정류장에 노선 표지판을 설치했다가 교통 체증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에 이후 1월 5일 표지판 운영을 유예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장에 5000B 버스가 도착하자 사방에서 승객이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30여명이 버스 입구 앞에 깔때기 모양으로 모였다. 노란 조끼를 입은 계도요원도 호루라기를 불며 뛰었다. 서로 밀치지 않고 버스에 타도록 유도했으나 제대로 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경기도 용인과 서울을 오가는 5000B 버스는 ‘줄서기 표지판’ 운영이 중단된 노선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7일 명동입구 정류장에 노선 번호를 표시한 시설물을 설치하고, 시설물 앞에 줄을 서 버스에 탑승하도록 했다. 버스 탑승시 혼잡이 극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민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였다. 하지만 줄서기 표지판 설치 직후, 표지판 앞에 정차하려는 버스들로 인해 오히려 정체가 심해지면서 ‘대란’이 발생했다. 불만이 폭주하자 시는 제도 시행 9일 만인 지난 5일 14개 노선(전체 26개 노선)에 대해 이달 말까지 표지판 운영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정류장

명동입구 정류장을 이용하는 양모(39)씨는 “표지판 운영이 유예되면서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평균 50분에서 20분 정도로 줄었다”면서도 “안전을 위해 표지판 같은 시설물이 필요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지판이 설치된 쪽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버스에 탑승하려면 표지판 앞에 줄을 서야 하는데, 이 줄이 너무 길어 보행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날 퇴근길 명동입구 정류장에는 60명 이상이 늘어선 줄이 3~4개 만들어져 있었고, 보행로의 절반 이상이 승객들에게 ‘잠식’ 당한 상태였다.

‘버스 열차 현상’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광역버스 10여대가 정류장에서 150m 가량 떨어진 눈스퀘어 일대까지 늘어서는 등 정체가 여전했다.

같은 시간 명동입구 정류장만큼 악명이 높은 서울 중구의 ‘남대문세무서·서울백병원’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에는 70여명의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류장은 노선이 28개나 되지만 ‘교통섬’ 형태여서 승객들이 움직일 공간은 더 적었다. 그만큼 안전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해당 정류장을 이용하는 박모(29)씨는 “앞선 정류장에서 이미 버스가 만차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버스는 무정차하고, 대기시간은 40분 이상으로 길어진다”며 “오후 6시에는 정말 움직일 공간이 없어 많은 사람이 버스가 들어오는 도로 쪽으로 밀려나간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입석 금지·증차가 원인”

서울시는 도심 버스 정류장 혼잡의 가장 큰 원인으로 2022년 본격화된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와 이로 인한 버스 증차를 꼽는다.

경기 광역버스회사들은 2022년 중반부터 버스 기사 처우 개선 등을 이유로 입석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애초 버스 입석은 위법이어서, 이를 제지할 명분도 많지 않았다. 그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밀집에 대한 안전 우려가 겹치면서 입석 금지 조치에 더 힘이 실렸다.

입석 금지 조치로 승객들의 불만이 끓어오르자 정부 및 지자체는 우선 버스 증차 카드를 꺼냈다. 이후 버스 인가대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경기·인천에서 서울에 진입하는 광역버스의 인가대수는 입석 금지가 시작된 2022년(연말 기준) 이후 지난해 말까지 2년 동안 652대 늘어났다. 입석금지 이전인 2021년 대비 23.5% 증가한 수치다.

동시에 도심·강남으로 직행하는 버스의 비중 또한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광역버스 인가대수의 56%가 도심·강남 직행버스일 정도다. 2022년 말 도심을 향하는 광역버스의 인가대수는 47개 노선, 일일 635대로 그 비중은 전체 대비 각각 16.4%, 19.6%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62개 노선, 일일 847대, 각각 20.7%, 24.7%로 급상승했다.

강남으로 향하는 광역버스의 인가대수 또한 2022년 66개 노선(23.1%), 일일 725대(22.4%)에서 지난해 101개 노선(33.8%), 1073대(31.3%)로 크게 늘었다. 입석 금지 이후 출퇴근 전용 전세버스의 인가대수도 이전 대비 361대 늘어났으며 이중 121대는 도심, 138대는 강남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31일 “입석금지 조치 이후 남대문~을지로1가 구간은 평균 통행속도가 21.8㎞/h에서 13.9㎞/h로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노선 분산 외 당장 뾰족한 수 없어

원인은 입석 금지와 증차였지만, 해법은 그 반대가 될 수 없는 실정이다. 입석 금지를 부활시키려면 법을 바꿔야하고, 무작정 감차를 했다간 출퇴근 대란이 불 보듯 뻔하다.

그나마 현실적인 대책으로 꼽히는 것은 혼잡도가 높은 정류장의 경우 노선을 분산시키는 방안이다. 서울시가 명동입구, 서울백병원 정류장에 적용한 방식이다. 서울시는 최근 도심·강남·사당 등 주요 광역버스가 모이는 지역 내 30개 정류장을 꼽아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혼잡도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노선 분산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요가 적은 노선의 경우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과 도심·강남을 연결하는 환승 거점을 만드는 방안도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시가 검토하고 있는 지역은 한남오거리 쪽과 양재, 당산 일대 등이다. 이를 통해 도심·강남으로 직행하는 경기·인천 광역버스의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추진 중인 광역버스 좌석예약제도 정류장 혼잡 완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좌석예약제는 전용 앱으로 버스 좌석을 사전에 예약한 뒤 바로 탑승하는 시스템이다. 대광위는 현재 46개 노선에서 상반기 중 69개 노선으로 좌석예약제 적용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문동성 김이현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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