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만 10개? 한 우물만 파면 리스크···MZ 점주에게 듣는 다점포 트렌드
창업 시장이 위축되면서 ‘다점포 트렌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과거에는 한 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점포를 계속 늘려가는 ‘한 우물형’ 점주가 많았다. 예를 들어 세븐일레븐 점포 12개를 한번에 운영한다거나, BBQ치킨 매장만 7개를 운영하는 식이었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워낙 높다 보니 점주도 본사도 ‘윈윈’이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제는 ‘하이브리드 다점포’가 인기를 끈다. 특정 브랜드 점포만 무한 확장하는 데서 벗어나 업종과 브랜드를 다각화하는 움직임이다. 젊은 창업자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두드러진다. 6개 이상 점포를 운영 중인 2040 ‘투자형 점주’들에게 요즘 창업 트렌드를 들어본다.
[ 1 ] 카페·죽·샐러드 같이양덕우 점주
업종 다각화로 ‘계절 리스크’ 분산을
양덕우 점주(42)는 현재 4개 브랜드 1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파리바게뜨, 메가커피, 본죽, 샐러디가 그의 선택이다. 처음부터 ‘다각화’를 생각하고 창업한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파리바게뜨 다점포 점주. SPC그룹 내 파리바게뜨사업부에서 일하던 경험을 살려, 하나둘 점포를 확장해나갔다. 그런 그가 ‘하이브리드 전략’을 도입한 것은 두 가지 고민 때문이다.
첫째, 업종이 하나다 보니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점포개발담당으로 일하던 그는 아무래도 ‘상권 분석’에 자신이 있었단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상권을 발견해도 매장을 여러 개 내기가 어려웠다. 업종 내 경쟁 브랜드가 먼저 들어서 있다거나, 출점 규제 때문에 신규 진입이 불가능했다.
둘째, 편중된 포트폴리오다. 특정 브랜드 점포만 늘린 이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트렌드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브랜드나 특정 아이템 인기가 시들해지고 나면 수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당장 현금 유동성 부족을 견디지 못하고 한꺼번에 무너지는 다점포 점주가 많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업종 내 브랜드를 운영하는 다각화가 필수였다는 게 양 점주 판단이었다.
그는 판단을 실행으로 옮겼다. 카페(메가커피), 죽(본죽), 샐러드(샐러디) 등 업종 다변화로 각종 상권에 진출했다. 성수기가 저마다 다른 업종을 골라 선택한 것도 포인트다. “만약 카페만 12개 운영한다면 여름에는 고수익이 예상되지만, 겨울에는 큰 적자를 감수해야 합니다. 계절별로 매출이 떨어지는 시기를 고려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브랜드를 운영하면 수익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기존 업종 경험을 ‘나만의 무기’로
광주에서 7개 점포를 운영 중인 김진태 점주(34) 자영업 포트폴리오는 다소 독특하다. 프랜차이즈로 창업한 업종은 모두 ‘학원’이다. 반면 가맹이 아닌, 본인이 직접 개발한 점포는 ‘호텔’과 ‘위스키바’다. 교육, 숙박 그리고 주점이라는 이질적인 업종 브랜드를 두루 운영한다.
2017년 고된 직장 생활에 지친 그는 퇴사 후 창업을 준비했다. 선택은 당시 전국적인 창업 열풍이 불던 ‘프리미엄 독서실’. 광주에서만 독서실을 5개까지 늘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독서실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메가스터디 공무원 학원 가맹점주를 모집한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독서실을 운영하며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의 학원 수요가 크다는 점을 몸소 실감하던 그였다. 바로 모든 독서실을 처분하고 학원 사업에 뛰어들었고 학원은 순식간에 4개로 불어났다.
학원 사업은 나쁘지 않았지만 동시에 한계도 느꼈다. 업종 특성상 유의해야 할 규제가 너무 많았고 사업 규모를 무작정 늘리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다른 사업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광주 상무지구에 위치한 소규모 비즈니스호텔이 매물로 나왔다. 기회를 잡자 싶어 바로 매입했다. 현재 ‘듀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학원업과 숙박업이 완전 이질적인 업종으로 보이지만, 결국 인력 관리 노하우는 똑같습니다. 이미 독서실과 학원 매장 여러 개를 운영하며 익혀온 인력 관리 노하우 덕분에 호텔 인수 이후에도 큰 문제 없이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위스키바 창업은 호텔업을 해오던 중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다. 고급 호텔처럼 비즈니스호텔에도 고급 바가 있으면 좋겠다는 판단에 호텔 안 점포를 시작으로 위스키바 사업을 시작했다. 호텔 위스키바가 인기를 끌자, 번화가에 직접 매장을 내며 추가 출점했다.
“사업은 달라도 기본적인 인력·자본 관리 노하우는 비슷합니다. 단, 무작정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기존에 쌓은 경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을 추천합니다. 자신만의 관리 매뉴얼을 만든 뒤 꼼꼼히 준비하며 기회를 노리다 보면 언젠가는 길이 열립니다.”
“다점포 점주라면 현장 벗어나라”
이도원 점주(28)는 대전에서 매장 6개를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다. 이 중 3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나머지 3개는 본인이 직접 개발한 개인 매장이다.
그는 처음부터 개인 창업을 염두에 두고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만,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본인이 무턱대고 창업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먼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며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판단에 주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었다.
“한국은 프랜차이즈 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곳입니다.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를 운영하면 확실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매출이 성장한 브랜드를 직접 조사하던 중 ‘용용선생’ 주점을 차렸습니다.”
이 점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다. 기존 매장이 수익을 내며 본궤도에 오르자, 원래 목표였던 개인 브랜드 창업에 뛰어들었다. 한식당 ‘청기와냉면’과 퓨전 주점 ‘풍바오’를 연달아 창업했다. 결과는 대성공. 해당 매장들은 대전 번화가인 봉명동·둔산동 상권에 안착하며 매출이 급성장했다. 현재 이 점주는 위 6개 매장에서 연 5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점주는 다점포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시야를 넓히라’고 조언한다. 특히 ‘사장은 가게에 나와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다점포 점주로 성공하고 싶다면, 현장에 대한 집착을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적절한 임금으로, 좋은 관리자를 뽑는다면 사장이 매장에 없어도 가게는 잘 돌아가죠. 매장에서 나오는 대신 새로운 트렌드를 배우고 익히는 데 시간을 쏟는 것이 급변하는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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