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와 고금리에 ‘다점포’ 불리해져···다이소·맘스터치·저가 커피 ‘휘파람’
자영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창업과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급증했다. 인건비는 치솟았고 구인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사장님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는 고민이 깊어진다. 사업 환경 악화로 부담이 늘어난 만큼, 브랜드 선택에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참고해볼 만한 지표가 바로 ‘다점포’다. 매장을 여러 개 운영하는 이른바 ‘투자형 점주’가 여럿 포진한 브랜드를 살펴보면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험 있는 자영업 선배가 직접 장사를 해본 뒤 추가 출점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검증’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조사에서는 점포 수는 줄이되 수익성이 좋은 소수 점포에 투자하는 ‘똘똘한 한 점포’ 트렌드가 두드러졌다. 인건비와 운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저가 커피·셀프사진관 등 업종 강세도 포착된다.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힘들어요.”
국내 자영업 시장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악재가 워낙 많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대출과 지원금으로 겨우 연명해오던 이들은 고금리 폭탄을 맞았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넘었고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와 연체율 역시 모두 역대 최대다. 급등한 인건비와 임대료, 여기에 전기료 같은 공공요금 인상도 부담이다. 지난해 국내 외식업 폐업률은 10%대에 달한다. 10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자영업 위기는 이번 프랜차이즈 다점포율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100여개 브랜드 중에서 전년 대비 다점포율이 늘어난 곳은 지난해 10개가 채 안 된다. 그동안 모든 조사를 통틀어 단연 최저치다. 다점포는커녕 전체 가맹점 수 자체가 쪼그라든 곳도 부지기수다.
그 와중에도 힘을 낸 브랜드가 눈길을 끈다. 다이소, 노브랜드버거, 맘스터치 등은 전년 대비 가맹점 수와 다점포 수가 함께 늘었다. 저가 커피 다점포율도 타 업종 대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불황에 강한 ‘가성비 브랜드’가 선전하는 분위기다.
9곳만 올라…편의점은 7년 연속 ↓
매경이코노미는 2014년부터 매년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다점포율을 조사해왔다. 프랜차이즈 점주 한 명이 2개 이상 복수 가맹점을 운영하는 경우 이를 ‘다점포’라고 한다. 다점포율은 전체 가맹점에서 다점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처음 도입한 개념이지만 이제는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지표가 됐다.
다점포는 ‘기존 점주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 개 점포를 경험해본 점주가 수익이나 운영 면에서 만족도가 높지 않다면 추가 출점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점포 수 감소는 브랜드에 있어 부정적인 결과다. 매출이 예년만 못한 경우 수익성이 더 좋은 브랜드로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가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점포 점주 대부분 트렌드에 따라 발 빠르게 업종을 전환하는 ‘투자형 점주’인 만큼 더 눈여겨볼 만한 지표다. 올해는 100여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 기준 다점포 수를 조사했다.
이번 결과를 요약하자면 ‘다점포의 추락’이다. 다점포율이 전년 대비 늘어난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2년 연속 다점포 관련 데이터를 공개한 60여개 브랜드 중 다점포율이 오른 건 8개뿐이다. 다이소, 노브랜드버거, 맘스터치, 롯데리아, 하남돼지집,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양키캔들, 교촌치킨이다. 그나마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다점포율 증가폭이 한 자릿수도 안 됐다. 양키캔들은 다점포 수는 전년과 동일했지만 가맹점이 89개에서 56개로 줄어듦에 따라 다점포율이 오히려 소폭 오른 경우다.
“올해는 다점포 공개가 어렵다”고 밝힌 브랜드도 많았다. 브랜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수치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가맹점 수나 면적당 매출 등 여타 지표와 달리 다점포 관련 수치는 공개 의무가 없다.
업종을 대표하는 1등 프랜차이즈도 상황은 좋지 않다. 각각 아이스크림과 도넛 부문의 압도적 1위 브랜드인 배스킨라빈스(5.2% → 4%)와 던킨(10.8% → 9.2%)을 비롯해 디저트 샌드위치 홍루이젠(11.7% → 8.3%), 김밥 대표 브랜드 바르다김선생(17.6% → 14.7%)도 다점포율이 하락했다. 유가네닭갈비(36% → 32.7%)와 한솥(9.6% → 5.4%) 상황도 비슷하다. 이 밖에 본죽·본도시락 등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 다점포 수는 지난해 134개에서 올해 89개로, 원할머니보쌈과 박가부대&치즈닭갈비 등을 보유한 원앤원 역시 같은 기간 134개에서 109개로 감소했다.
국내 프랜차이즈에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다점포율 감소는 2015년 이후 꾸준히 계속되는 추세다. 가맹점 출점은 여전히 많지만 여러 개를 운영하는 다점포 비율은 크게 줄었다. GS25는 2018년 30.6%에서 올해 22.2%(추정치)로 떨어졌고 2022년 말 기준으로 다점포 수를 공개한 CU와 세븐일레븐 역시 2018년 대비 각각 6.3%포인트, 12.1%포인트 추락했다. 이마트24는 2019년부터 다점포 현황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특수를 누렸던 치킨 업종 부진도 관측된다. bhc치킨(6% → 5.9%)과 BBQ(15.8% → 14.5%) 모두 다점포율이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치킨 가격 인상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교촌치킨 다점포율은 오히려 조금 늘었다(105개 → 113개). 같은 기간 가맹점 수는 1354개에서 1376개로 증가했다.
조리 로봇·키오스크 등 자동화 열풍
업종 불문 다점포율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인건비 부담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인건비가 급증하면서 다점포 운영 부담이 커졌다. 대부분 다점포는 점주가 직접 출근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으로만 운영하는 ‘오토(auto) 매장’이다. 인건비 부담에 최근 부업 트렌드 확산과 인구 감소로 ‘구인난’까지 심화되며 오토 매장 운영이 이전 대비 어려워졌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운영하던 편의점을 4개에서 2개로 줄였다는 한 점주는 “생활용품 등 제품군이 늘었고 식음료 판매가 증가하는 등 업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인건비 급증에 따른 심야 운영 부담으로 예전만큼 다점포 운영 이점이 희석됐다. 오토 매장에서 점주가 직접 출근하는 매장도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여러 브랜드에서 조리 로봇·키오스크 등 ‘매장 자동화’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를 들어 유가네닭갈비는 솥이 회전하는 방식으로 조리를 자동화하는 ‘오토웍’ 설치 비중을 전체 매장 35%로, 홀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테이블오더 설치를 25%까지 끌어올렸다. 고봉민김밥 역시 김밥·야채 절단기, 김밥에 밥을 깔아주는 ‘라이스 시트기’ 도입으로 구인난에 대처하고 있다. 교촌치킨 역시 로봇 개발사인 뉴로메카, 그리고 두산로보틱스와 각각 손잡고 총 2종류 튀김 로봇 운영을 시작했다.
본사 차원에서 다점포를 권하지 않는 브랜드도 여럿이다. 한 점주가 여러 개 매장을 운영할 경우 점주 집중 분산으로 매장별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대한 ‘1점주 1점포’를 권유하며 점주가 직접 운영하기를 원하는 브랜드도 여럿이다. 한솥도시락 관계자는 “다점포 운영은 점주 입장에서 관리에 필요한 투자가 가중 부담되기 때문에 본사에서도 심사숙고해 결정한다”며 “한솥도시락 운영 유경험자일 것, 기존 운영하던 점포와 거리가 차로 10분 이내로 가까울 것, 기존 점포 QSC(품질, 서비스, 청결) 수준이 높아야 할 것 등 여러 기준을 충족한 점주에게만 다점포 출점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생활맥주 역시 “품질 관리 차원에서 될 수 있으면 점주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을 권한다”며 “타 브랜드 대비 생활맥주 직영 비율이 높은 이유도 여기 있다”고 설명했다.
파파존스 46.8%, 메가커피 30.4%
업종 전반에 걸쳐 다점포율이 주춤한 상황이지만, 대세와는 별개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는 브랜드도 있다. 초저가를 앞세운 ‘가성비’ 브랜드가 다수다.
최근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 ‘다이소’가 대표적이다. 모든 제품을 5000원 미만으로 책정하는 가격 전략으로 불황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는 모습이다. 근래에는 기존 생활용품을 넘어 패션·뷰티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지갑이 얇은 1020세대 관심이 급증했다. 2019년 2조2362억원이었던 다이소 매출은 2023년 3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번 조사에도 다이소 최근 기세가 그대로 반영됐다. 2022년 18개였던 다점포 수가 지난해 76개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총 점포 수 역시 1390개에서 1442개로 뛰었다. “기존 점주 중심으로 신규 매장 출점과 양도양수가 활발하게 이뤄진 덕분”이라는 게 다이소 측 설명이다.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과 다점포를 다 더하면 전체 매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 브랜드 업종도 비교적 선방했다. 특히 ‘맘스터치’와 ‘노브랜드버거’ 선전이 눈에 띈다. 맘스터치 다점포 수는 지난해 70개에서 144개로, 노브랜드버거는 6개에서 18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 수 역시 각각 53개·55개 늘었다. 둘 모두 가성비를 앞세웠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노브랜드버거 관계자는 “고금리 영향으로 상가 건물 공실률이 많이 늘었는데, 그 대안으로 임대인이 직접 투자해 창업하는 공실 임차 리스크를 줄이는 트렌드가 포착된다”며 “최근에는 수도권 외곽 유휴 토지를 상업용으로 전환해 드라이브스루 매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둘 외에도 패스트푸드 업종 다점포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써브웨이의 경우 다점포율은 36.9%에서 35.7%로 소폭 감소했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가맹점 수(502개 → 563개)가 다점포 수(185개 → 201개)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 탓에 다점포율이 줄어들었을 뿐, 다점포·가맹점 모두 증가하는 이상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전년 다점포 통계가 없어 비교는 어렵지만 버거킹(10.8%)과 프랭크버거(9.7%) 역시 여타 외식 브랜드 대비 높은 다점포율을 보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생 브랜드인 프랭크버거는 전년 대비 가맹점 수가 130개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기록한 다점포율이라 의미가 더 있다. 롯데리아 다점포율은 약 27%로 전년 대비 늘었다.
저가 커피의 활약도 가성비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메가커피(30.4%)와 매머드커피(23.7%)는 커피 업종을 넘어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도는 다점포율을 기록했다. 백억커피(23.3%), 빽다방(17.2%), 더벤티(13.1%)도 비교적 선전했다. 이디야 다점포율은 6.9%,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 파스쿠찌, 엔제리너스는 이번 다점포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빽다방을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소자본·소규모 형태로 운영 가능한 빽다방, 그리고 1인 운영이 가능한 빽보이피자 가맹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창업비용과 인건비가 덜 들어가는 브랜드 수요가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피자에서는 300개 매장이 넘는 이른바 메이저 브랜드 중 가장 높은 다점포율(46.4%)을 기록한 ‘파파존스’, 다점포 점주 이탈이 전혀 없던 ‘도미노피자’, CGV 등 법인 출점 증가가 두드러진 ‘고피자’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무인·소형 점포, 다점포에 유리
외식 업종에서는 브랜드별로 다점포율 변화가 제각각이다. 고깃집 브랜드 하남돼지집은 다점포가 38개에서 46개로 증가한 반면, 비슷한 고객층을 겨냥하는 큰맘할매순대국은 같은 기간 55개에서 30개로 줄었다. 된장 전골 전문 브랜드로 지난해 가맹 사업을 시작한 옥된장은 가맹점 14개 중 다점포 7개로 50% 다점포율을 기록했다.
다점포 운영에 가장 큰 부담은 역시 높은 인건비다. ‘무인’으로 주로 운영하는 브랜드들의 다점포율도 고공비행했다. 국내 셀프사진관 붐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생네컷’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가맹점 395개 중 60%가 훌쩍 넘는 290개 매장을 다점포 점주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 기준 점포 수 470개를 보유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브랜드 ‘응응스크르(ㅇㅇㅅㅋㄹ)’ 역시 34.1%라는 높은 다점포율을 기록했다.
창업 연령대↓, 매장 크기는↑
“다점포 창업이 구조적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고금리·고물가에 구인난까지. 창업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생계형 점주’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점점 낮아지는 창업자 연령대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3040세대, 나아가 20대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창업 공식이었던 ‘은퇴 후 창업’보다는, 직장 퇴사 후 창업 시장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창업자 연령대가 낮아진다는 건 생계형 창업 증가를 의미한다. 한창 일할 나이인 만큼, 오토 매장보다는 점주 본인이 직접 가게를 운영할 확률이 높다. 다점포 운영에 필요한 자본도 충분치 않다.
써브웨이 관계자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과감하게 창업에 나서는 점주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부모님 뒤를 이어 대대로 가게 운영에 나서는 ‘2세대 경영’도 증가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CU 관계자 역시 “신규 가맹점주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7.4%에서 지난해 15.3%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매장 크기가 점점 커지는 ‘대형화’ 추세도 다점포 운영에 불리하다. 매장 크기가 커질수록 창업비용이 늘고 자본 투입 시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투자형 점주에게는 수익성 관점에서 악재다. 편의점이 대표적이다. 최근 편의점은 1~2인 가족 위주 장보기 수요가 커지면서 면적도 증가하고 있다. GS25 신규 출점 매장 면적은 2019년 62㎡에서 2023년 83.1㎡로 34% 커졌다.
커피 전문점 역시 테이크아웃 전문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형화 움직임이 포착된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저가 커피, 테이크아웃 커피 공세에 맞서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매장 면적이 점점 대형화되고 창업비용이 늘어나면서 한 번에 여러 매장 창업 시 느끼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5호 (2024.01.31~2024.0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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