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권익 보호 위해 ‘칼 빼든’ 尹정부… 업계 “우리 의견도 들어주세요”
윤석열 정부표 ‘게이머 돌보기’ 정책에 게임 업계는 “산업 진흥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죄인이 된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아쉬워하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구조 조정의 칼바람이 게임사들 사이를 차갑게 스쳐 지나가는 와중에 ‘진흥 없는 규제’가 엎친 데 덮쳤다는 토로가 나온다.
정부는 30일 ‘상생의 디지털, 국민 권익 보호’를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게임 이용자의 권익을 높이는 게임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면면을 살펴보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소액사기 전담수사 인력 지정, 동의의결제 및 국내대리인 제도 도입 등이 추진 정책에 담겼다.
먼저 확률 조작 등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오는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게이머들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한 뒤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 전담 모니터링단을 게임물관리위원회 산하에 두고 확률정보 미표시 및 거짓확률 표시 등 위반 사례를 감시한다.
온라인·모바일 게임 표준약관도 개정한다. 서비스 종료 시 최소 30일 이상 아이템 등 환불 전담 창구 운영을 의무화하여 피해를 최소화한다. 게임 내 소액 사기의 경우에는 150개 경찰서에 200여 명의 게임 아이템 사기 수사 전담 인력을 지정해 처리 기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또한 소위 중국 등 해외 게임사의 ‘먹튀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게임산업법 및 전자상거래법 내 국내대리인 제도를 도입한다. 그동안 해외 게임사는 국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다가 돌연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고 사업을 철수해도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는데, 이제 국내 게임사와 같은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여한다.
그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게임물 등급 분류와 관련해서는 단계별로 민간에 이양한다.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표준)’에 맞게 미국·영국 등과 같이 민간에서 게임물 등급분류를 담당할 수 있도록 게임산업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등급 분류가 완전히 민간에 넘어가면 역할을 맡아온 게임위의 역할은 사후 관리로 한정된다.
정부의 게이머 중심 정책 발표에 업계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게임산업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이번 정책을 통해 체감하지만 한편으로 경기 침체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더해지며 실적 악화와 함께 사업 리스크가 커졌다고 평가한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업계 종사자이자 한 명의 게이머로서 게임 이용자들의 편의를 개선하고 지불한 만큼 합당한 재화를 받도록 하는 건 당연히 조치”라면서 “다만 여러 정부 기관에서 게임 관련 규제를 하고 있는데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업계의 발목을 잡는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경청하고 장려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지 경영진, 개발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 업계 위상이 새삼 높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발표였다”면서도 “업계 안팎에서 점점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진흥책을 펼쳐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소 게임 개발사 여럿이 파산했고 대형 게임사도 적잖게 흔들리고 있다. 이 부분도 정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게임사 개발자는 “게임사에서 일한다는 사실만으로 죄인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정부 발표를 보며 들었다”면서 “잘못된 것은 고쳐야겠지만 유망한 산업을 진흥의 관점에서 보는 진지한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실적을 보면 알겠지만 요즘 게임사들이 정말 어렵다. 이번 발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는 게임 산업 진흥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병극 문체육부 제1차관은 30일 브리핑에서 “이용자 보호만큼이나 중요하게 게임 사업 육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게임사들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게임 산업 진흥 방안을 논의 중이다. 3월 중에는 발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지윤 이다니엘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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