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에 농민 시위…‘교역허브’ 벨기에 항구도 봉쇄
유럽의 주요 교역 허브인 벨기에의 항구가 농업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대에 봉쇄됐다고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일반농업인연합(ABS)은 이날 오후부터 벨기에 서북부 제브뤼헤 항구 진입로 5곳을 막고 시위를 벌였다. 제브뤼헤항은 벨기에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로, 유럽의 주요 무역통로다.
농민들은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정책과 농산물 수입 계획 등 각종 규제와 급등하는 물가, 생산 비용 폭등, 소득 감소에 항의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EU가 생물 다양성 등을 위해 더 높은 환경 기준을 농민들에게 요구하면서 농산품 생산에 추가 비용이 든다며, 이런 사정이 농산물 가격에 적절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농민들이 공통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20년째 공전 중인 EU와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유럽 농가 피해다. 그렇지 않아도 EU의 과도한 환경규제로 유럽 농산물이 수출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진 터에 FTA 체결로 남미의 값싼 농산물이 유입되면 유럽 농가의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트럭에 ‘빵, 고기, 감자튀김을 좋아하세요? 농민들 없이 그걸 얻을 수 없습니다’ 등 문구를 써 붙이고 최소 36시간 동안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제브뤼헤항 측은 시위대가 도로를 봉쇄했지만 차량의 통행을 막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시위로 항구 운영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경찰을 통해 단체 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벨기에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의 농민들도 반정부 항의와 트랙터 도로 봉쇄 등 격렬한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랙터 시위를 한 프랑스 농민들에 이어 그동안 EU의 환경 규제와 수입 농산물 유입 등에 불만을 품어왔던 다른 EU 회원국의 농민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0일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 취재진에게 “메르코수르 지역의 농민과 업체들이 우리와 동일한 규칙을 따르도록 하지 않는 시대에 뒤처진 협정”이라며 FTA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단호한 태도는 최근 프랑스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트랙터 시위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의 한 농민 단체는 내달 1일 EU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브뤼셀 중심부의 한 광장을 트랙터로 막고 정책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농민들을 달래기 위해 일부 타협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농민들이 EU 보조금을 신청할 때 농경지 일부를 휴경지로 남기도록 의무화한 규정을 제외하는 방안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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