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램서 1년 만에 흑자...올해 반전 전략은 AI

이희권 2024. 1. 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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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삼성전자가 1년 만에 D램 사업에서 분기 흑자를 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든 영향이다. 다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진과 가전·TV 부문의 침체는 여전했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 67조7800억원, 영업이익 2조82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3.81% 줄었고 영업이익은 34.4%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6400억원)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분기 이익 4조원 안팎을 예상하던 시장 전망치에는 못 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은 6조5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9% 줄었다.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부진 영향이 크다. 지난해 반도체(DS) 부문은 연간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D램 살아났지만...시스템·파운드리 문제


정근영 디자이너
DS 부문을 자세히 보면, 지난해 4분기 매출 21조6900억원, 영업손실 2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당 4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상반기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2조 원대 손실을 냈다.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회복과 AI(인공지능) 시장 확대·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D램 사업은 1년 만에 흑자를 냈다. 삼성전자는 “PC 및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생성 AI 서버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를 앞세워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나선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다만 삼성전자가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여전히 조 단위 적자에 빠져 있다.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 수요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반도체 매출 비중의 70%가 넘는 메모리 편중을 낮추기 위해 파운드리 등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3분기 45.5%포인트로 오히려 벌어졌다.


벽에 막힌 가전·TV·스마트폰


정근영 디자이너
세트(완제품) 부문 역시 수년째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제자리걸음이다. 가전·TV·스마트폰 등이 2015년 이후 9년 연속 영업이익 1~3조원대 안팎(가전·TV), 10조원대 초반 안팎(스마트폰)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총괄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모두 줄었다. 통상 MX사업부는 실적 측면에서 플래그십(최상위기종) 갤럭시 S시리즈(1분기)·Z시리즈(3분기) 출시시기를 벗어난 4분기가 비수기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출시된 갤럭시 S24 시리즈를 시작으로 AI 폰 서비스를 내세워 재무 실적과 판매량 모두 반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지난해 삼성은 애플에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내준 바 있다.

지난해 9월 IFA 2023이 열리고 있는 독일 메세 베를린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Neo QLED 8K TV'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4분기에 500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연말 성수기 효과를 못 봤다. 삼성전자는 “수요 역성장 속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이 둔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삼성디스플레이(SDC)와 하만이 비교적 높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빠른 실적 회복 속도를 보여줄 것”이라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있고, AI 수요가 커짐에 따라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다시 30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적자에도 50조 투자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시설 투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R&D에 역대 최대 규모인 28조34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시설 투자에도 연간 53조1000억원을 집행해 역대 최대인 2022년과 버금가는 투자를 했다. 이 중 90%가 넘는 48조4000억원이 반도체 시설 투자다.

글로벌 반도체, 기대가 너무 높았나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선 AI 관련 수요를 흡수한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상승세에 올라타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30일(현지시각)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61억7000만 달러(약 8조2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6억6700만 달러(약 8900억원)로 1년새 30배 이상 뛰었다.
리사 수 AMD CEO(최고경영자)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올 1분기 매출액 전망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AMD 주가는 약 6.5% 하락했다. 앞서 인텔 역시 같은 이유로 비교적 좋은 실적을 거두고도 주가가 크게 뒷걸음질 쳤다. 이날 반도체주 전반에 투자심리 불안감이 번지며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주가가 2% 안팎 하락한 채 마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칩 경쟁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와 달리 엔비디아를 제외한 기업들이 이를 실적에 반영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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