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램서 1년 만에 흑자...올해 반전 전략은 AI
삼성전자가 1년 만에 D램 사업에서 분기 흑자를 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든 영향이다. 다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진과 가전·TV 부문의 침체는 여전했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 67조7800억원, 영업이익 2조82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3.81% 줄었고 영업이익은 34.4%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6400억원)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분기 이익 4조원 안팎을 예상하던 시장 전망치에는 못 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은 6조5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9% 줄었다.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부진 영향이 크다. 지난해 반도체(DS) 부문은 연간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D램 살아났지만...시스템·파운드리 문제
다만 삼성전자가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여전히 조 단위 적자에 빠져 있다.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 수요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반도체 매출 비중의 70%가 넘는 메모리 편중을 낮추기 위해 파운드리 등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3분기 45.5%포인트로 오히려 벌어졌다.
벽에 막힌 가전·TV·스마트폰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출시된 갤럭시 S24 시리즈를 시작으로 AI 폰 서비스를 내세워 재무 실적과 판매량 모두 반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지난해 삼성은 애플에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내준 바 있다.
생활가전·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4분기에 500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연말 성수기 효과를 못 봤다. 삼성전자는 “수요 역성장 속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이 둔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삼성디스플레이(SDC)와 하만이 비교적 높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빠른 실적 회복 속도를 보여줄 것”이라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있고, AI 수요가 커짐에 따라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다시 30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적자에도 50조 투자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시설 투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R&D에 역대 최대 규모인 28조34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시설 투자에도 연간 53조1000억원을 집행해 역대 최대인 2022년과 버금가는 투자를 했다. 이 중 90%가 넘는 48조4000억원이 반도체 시설 투자다.
글로벌 반도체, 기대가 너무 높았나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선 AI 관련 수요를 흡수한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상승세에 올라타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30일(현지시각)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61억7000만 달러(약 8조2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6억6700만 달러(약 8900억원)로 1년새 30배 이상 뛰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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