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작+권력 남용+협박' 3종세트 저지른 '흑표범'?…"혐의 입증 증거 계속 나올 것"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축구 레전드의 몰락이 시작되나.
카메룬축구협회장으로, 선수 시절 '흑표범'으로 불린 월드클래스 공격수 사무엘 에투에 대해 그가 여러 범죄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31일(한국시간) "매체는 메시지, 이메일, 편지, 그리고 녹취 자료 등을 접한 후 에투가 측근들과 함께 승부조작, 권력 남용, 신체적 위해 협박, 가짜뉴스 살포 등의 여러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7월 카메룬축구협회 부회장 앙리 니알라 콴 주니어가 모은 증거들을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에 제출했으며 아프리카축구연맹(CAF)에도 이를 전달했다.
에투를 향한 직접적인 타격은 아직 없으나 간접 피해는 이미 막대한 것으로 보인다. '디 애슬레틱'은 "니알라 콴이 제출한 증거의 효력은 심사를 거치고 있으며 몇몇 자료는 익명의 출처를 대고 있어 결과가 불확실하다"면서도 "에투와 카메룬축구협회 혐의는 매우 심각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에투가 저질렀다고 보이는 가장 심각한 혐의는 승부조작이다. 니알라 콴에 따르면 그가 소유하고 있는 니알라 콴 스포츠 아카데미(NQSA)는 쿰바 시티 FC와의 3부리그 승격 준결승 1차전 경기서 에투의 입김으로 승부조작이 일어났다. 니알라 콴은 해당 경기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논란이 있는 경기"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알라 콴은 "해당 경기 하프타임이 끝나고 에투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전화기가 확성기 앞에 놓여졌다"며 "당시 에투 본인이 (유선상으로) 심판에게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며 경기를 주관했다"고 주장했다.
심판 판정에 상부가 개입하는 것은 스포츠 정신을 더럽히는 매우 악의적인 행위다. 이는 유리한 쪽으로 승부를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여서다. 돈을 주고 심판을 매수하는 것보다 더 악의적인 것은 회장 본인이 직접 유선상으로 모든 지시를 관리했다는 것에 있다. 만약 이 증언이 사실일 경우 에투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니알라 콴은 "해당 전화는 에투의 측근 발렌타인 은콰인에 의해 연결됐다"고도 주장했다. 그가 제출한 영상 자료에 따르면 은콰인은 심판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이 나와 있다. 다만 은콰인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그러한 전화를 건 적이 없고 심판실에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결국 NQSA는 해당 경기서 3명의 선수와 2명의 코치들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4장의 옐로카드도 추가로 받았다. 반면 쿰바 시티 FC는 논란이 다분한 페널티킥을 두번 받았고 심지어 첫번째 페널티킥이 NQSA 골키퍼에 의해 막히자 심판은 골키퍼가 골라인을 밟고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어겼다며 다시 쿰바 시티에 페널티 킥을 부여했다. 승격 플레이오프 준결승 1, 2차전을 합친 결과 결국 쿰바는 3-1로 해당 경기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은콰인과 에투의 부적절한 관계를 증명하는 증거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에투가 은콰인이 소유하고 있는 빅토리아 유나이티드의 1부리그 승격을 보장하겠다는 녹취가 공개된 것이다.
11분짜리 녹취록에 따르면 에투와 은콰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체가 문헌상으로 공개한 일부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에투는 "우리(협회) 측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 몇가지 있다"며 은콰인에게 "이 일을 함구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에투는 "필요하다면 심판을 직무 정지시키는 방법도 있다"며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 만나자"고 추가적인 회동을 약속하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은 "빅토리아 유나이티드는 시즌 시작 후 첫 7경기서 4패를 겪은 뒤 남은 17경기서 11승을 거뒀다"며 에투의 발언 이후 미심쩍은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은콰인은 해당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영국의 음성 분석회사 '이어샷'은 "대화를 녹음한 녹취는 전혀 조작된 것이 아니고 은콰인의 목소리와 매우 흡사한 음성이 녹취록에서 들린다"고 전했다. 즉 음성 분석은 해당 목소리가 은콰인 본인의 것임을 지목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에투는 카메룬축구협회 마케팅 및 언론홍보 담당인 니알라 콴이 중요 스폰서 계약서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또한 에투는 니알라 콴에게 보낸 음성메세지서 "니알라 콴의 불평 불만이 지겹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스폰서 계약서를 관장하는 사람이 니알라 콴임에도 그 세부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권력 남용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다.
또 니알라 콴은 "에투가 1200 파운드(약 20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고 고용한 측근에게 자신을 협박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가 폭로하며 제출한 증거에는 에투가 돈을 지불했다는 증거, 에투의 개입이 명확히 드러나는 바는 없었지만 에투가 고용한 측근에 의해 자신이 협박성 메세지를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측근은 니알라 콴에게 "나는 (카메룬 축구) 혁명을 일으킬 조직의 일원이고 이 조직에서는 지도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와 대적한다면 결과에 대해 응당 책임을 질 것"이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이에 니알라 콴은 에투에게 19쪽에 달하는 편지를 보내 카메룬축구협회 내 부패 척결을 촉구했다. 그러자 에투는 그 편지를 받은 후 하루도 되지 않아 은콰인 등 측근을 불러 니알라 콴을 파직하고 NQSA 관련 경기를 조작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전해졌다.
현재 FIFA 윤리위원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CAF는 "조사는 진행중"이라면서도 "모든 일이 유죄로 밝혀질 때까지 에투는 무죄"라고 전했다.
지난해 스페인축구협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가 여자 월드컵 우승자 제니 에르모소에게 기습적인 키스를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90일 직무 정지 판결을 내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난 7월부터 FIFA가 에투 관련 혐의를 조사했음에도 묵묵부답을 지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디 애슬레틱'은 루비알레스 사건을 언급하며 "카메룬 내부서 에투에 반하는 자들은 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에 더 빠른 대처를 촉구하는 편지를 작성했음에도 답변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과거 인터 밀란과 바르셀로나에서 두 시즌 연달아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를 한 시즌에 우승하는 것)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에투가 말년에 스포츠 정신을 위협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에투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 발언한 바 없다.
사진=연합뉴스, 캠풋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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