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시제품 써보니 "수포자도 맞춤공부" "책 멀어질 우려"
내년부터 학교에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학습 효과’를 두고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이 분분하다. 맞춤 학습으로 사교육비까지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디지털 기기 중독’ 문제와 함께 학습 능력을 되레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31일 ‘디지털 교육포럼’을 열고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교수·학습 방안을 논의했다. 디지털교과서 시제품(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직접 사용해본 교사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장점으로 꼽힌 ‘맞춤형 수업’
교사들은 학생별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AI 코스웨어는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이에 적합한 과제를 제시한다. 교사는 대시보드를 확인하면서 학생에게 필요한 피드백을 해준다. 송선진 교육부 디지털교육전환담당관은 “교실 안에 교사가 있고, 학생 수 만큼의 보조교사가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4학년 수학 수업에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이유림 서울 언남초 교사는 “모두가 같은 문제 풀던 ‘수학 익힘책’ 활동은 끝났다. 요즘에는 초등학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도 많은데, 디지털 교과서로는 나만의 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희정 고려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학생의 성취 경험이 쌓이다 보면 수학 등 과목에 대한 학생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소통 많아진 교실…기기만 본다는 건 오해”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거란 기대도 있다. 이날 사례로 소개된 구미 원당초등학교는 늘봄학교·방과후학교에 AI 코스웨어를 활용해 맞춤형 보충학습을 했다.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많았는데,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누적된 객관적인 데이터로 학부모 상담이 가능한 점도 디지털교과서의 장점이다.
교사와 학생의 소통도 늘었다고 한다. 한 초등교사는 “교실에서 서먹하던 두 학생이 디지털교과서 채팅에서 말을 트더니, 실제 교실에서도 ‘너 그거 해봤냐’며 대화했다. 학습 기기만 들여다볼 거라는 생각은 오해일 수 있다”고 했다. 권경윤 동신중학교 교사는 “암기나 단순 훈련 같은 기계적인 학습은 AI에 일부 맡기고, 이렇게 아낀 시간을 학생 참여 중심의 학습에 투자했다”고 했다.
학부모 “책과 더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
디지털 기기 중독과 학습 효과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도 풀어야 할 과제다. 6세 쌍둥이 자녀가 있는 김모(42)씨는 “AI 학습을 시켜보니 엔터 콘텐트가 많았다. 아이들이 자꾸 보여달라고 해서 1주일 체험학습만 하고 끊었다”며 “디지털 교과서를 보다가 책과 더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학습 활동에서 하루 동안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이 1시간 증가할 때 한국 학생들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수학 성취도 점수가 3점씩 하락했다는 연구도 있다.
교육부는 도입 초기에 혼란이 클 수 있다는 학교 현장의 우려를 고려해 디지털교과서 도입 첫 3년 동안은 종이와 디지털 교과서를 병행 사용토록 했다. 이 기간 디지털교과서가 서책형 교과서를 대체할 만큼의 효용성을 보여주는 게 관건인 셈이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올해는 공교육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맞춤 교원 연수와 함께 교과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 및 사례를 발굴하여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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