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뀐 아모레·LG생건, 암울한 성적표…중국·면세점 부진에 직격탄
국내 화장품 업계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중국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이어 지난해에도 중국발 악재로 실적이 또 꺾였다. 두 곳 모두 2022년 말 나란히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이후 첫 성적표라 더욱 뼈 아프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성공한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들처럼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장품 업계 2강, 부진한 성적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이 전년 대비 31.5% 감소한 487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6조8048억원으로 1년 전보다 5.3% 줄었다. 뷰티(화장품) 사업 영업이익이 1465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52.6% 감소) 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영향이다. LG생활건강 측은 “면세와 중국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고, 해외 구조조정 비용이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속이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전날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4.1% 감소한 15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0.5% 줄어든 4조213억원으로 나타났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은 면세 사업이 쪼그라들며 매출 2조2108억원(14% 감소), 영업이익 1664억원(34% 감소)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의 침체로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은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6% 감소한 1조3918억원, 영업손실은 432억원이다.
중국·면세 매출에 덜미
두 회사 모두 2022년말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반전을 노렸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후’‘숨’‘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을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했던 실무형 전문가,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해외 비즈니스 확장을 주도한 경영 전략가다. 양사의 수장은 ‘탈중국’과 ‘해외 시장 확대’를 노렸지만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비중국 지역의 해외 사업 매출 증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소·중견 수출 약진
뷰티산업 대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국내 중소·중견 화장품 기업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으로 활짝 웃었다. 전날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지난해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중소기업 수출액 1위 품목은 화장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54억 달러 어치 화장품을 해외에 판매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김민규 중기부 글로벌성장정책과장은 “중국의 경기 침체와 자체 브랜드 공세로 대중국 수출은 감소했다”면서도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중소·중견기업의 화장품이 중국 외 지역에서 인기를 끌며, 이들의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제조자 개발생산(ODM) 업체의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코스맥스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약 1조8000억원, 영업이익 약 13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 영업이익은 139% 증가한 수준이다. 한국콜마의 지난해 매출은 16% 가량 증가한 2조1600억원, 영업이익은 약 93% 늘어난 1400억원으로 전망된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브랜드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며 주요 ODM 업체 역시 실적 성장을 이뤘다”고 분석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뷰티 제품 쇼핑이 늘며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색조화장품 류의 경우 대형 브랜드 선호도가 낮아지는 추세여서 올해도 중소·중견 기업이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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