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재명 대선공약 불법 지원"

박태인 2024. 1. 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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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김윤태 한국국방연구원장(사진)이 지난 대선 기간 직원들을 동원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국방 공약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홍릉국방포럼에서 개회사를 하던 김 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현 민주당 대표)의 국방 공약 개발을 불법 지원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인 김윤태 한국국방연구원장이 2021년 3월 이재명 캠프 인사와 만난 이후 KIDA소속 연구원들에게 공약 개발 지원을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3일 이같은 내용의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관련자에 대한 수사 의뢰 및 수사 참고자료를 검찰에 송부했다. 김 원장에 대한 해임도 요청했다. 감사원은 KIDA가 이재명 대표의 공약 개발을 돕는 과정에서 국방 관련 비밀 자료가 무단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의견도 검찰에 전달했다. 이 대표의 관여 여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21년 3월 세종연구소 부소장인 A씨로부터 이 대표의 선거활동 지원 부탁을 받았다.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 경선을 앞둔 시기로, A씨는 이후 이재명 캠프의 국방정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21년 4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국방 정책 공약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 원장은 당시 A씨와 면담하던 중 KIDA소속 책임연구위원인 B연구위원을 방으로 불러 A씨에게 추천했다. 그러면서 B연구위원에게 이 대표의 모병제 공약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김 원장과 B연구위원은 이후 이 대표의 국방 공약을 논의하는 ‘북한산등반모임’‘홍릉골’ 이란 명칭의 텔레그렘 단체방에 참여했다.

김 원장은 2021년 4월 B연구위원이 모병제 공약 문서를 텔레그램 단체방에 올리자, 이를 KIDA소속 C책임연구위원과 D센터장에게도 공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C연구위원과 D센터장도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에 초대돼 이 대표 공약 개발을 지원했다. 이들은 캠프 인사들과 공약 관련 화상 회의를 하면서 의견을 개진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원장과 KIDA소속 연구위원 등이 텔레그렘 단체방에 올린 국방공약 개발 문건은 실제 이 대표 국방 공약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선택적 모병제와 스마트강군 추진전략, 병영생활 개선, 군 복무 청년 상해보험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B연구위원은 대선 기간 논란이 된 미군 전술핵 재배치와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했던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반박 논리도 만들어 단체방에 공유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감사원 조사에선 KIDA연구원 외에도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한 국방대 E교수도 적발됐다. E교수는 국가공무원 신분임에도 2017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당원 신분을 유지하다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7월 탈당했다. E교수는 ‘북한산등반모임’ 단체방에 참여해 공약 개발을 지원하고 이 대표 직속 선거조직의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감사 과정에서 “단순 자문을 해줬을 뿐이다”“선거 공약 개발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텔레그렘 단체방에서 탈퇴했다” 등을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증거와 배치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김 원장과 KIDA연구원, 국방대 교수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이 대표 공약 개발을 지원한 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E교수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공무원 신분인 E교수의 선거법 공소시효는 10년이나, 공공기관 직원의 선거법 공소시효는 6개월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다만 공약개발 지원이 부정 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김 원장 및 KIDA직원에 대한 수사 참고 자료를 검찰에 송부했다. 감사원은 국방부에 김 원장과 E교수 해임 건의를, 이외 KIDA연구원에 대해선 정직 등의 징계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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