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월경 주기... 자궁도 회춘을 하나요?

심혜진 2024. 1. 3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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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일기] 40대 중반 시작된 월경 주기의 변화, '완경이행기' 증상이랍니다

마흔 중반부터 몸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어쩐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느끼는 기분과 몸, 마음의 변화를 기록하려 합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거나 이미 겪으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기자말>

[심혜진 기자]

"2021년 8월 5일 살짝 시작."

핸드폰 달력에 월경 시작일을 본격적으로 기록한 날이다. 14살이었던 1991년 3월 첫 월경 이후, 월경 예정일은 늘 내 머릿속에 있었다. 다이어리에 표시해 두기엔 쑥스러웠고 월경 주기가 30일 정도로 거의 일정했기에, '매달 10일은 월경시작일' 이렇게 한 번 기억해 놓으면 그만이었다.

용돈 받는 날이나 월급날처럼 이건 정해진 날짜였다. 가끔 예상일을 지나칠 때도 있었지만 느긋한 마음으로 2~3일 기다리면 어김없이 신호가 왔다. 그러면 머릿속에서 '다음 예정일은 매달 12일'로 자동 재설정되었고 또 한동안 잘 들어맞았다.

나에게 월경은 늘 '살짝' 시작하는 것이었다. 월경혈이 예고 없이 흘러나와 당황하는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무스름한 게 살짝 비치면 올 것이 왔음을 알았고, 무심하게 가방에 생리대를 넣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겐 특별한 대비가 필요한 날이 아니니 시작일이 언제인지 긴장하며 챙길 필요가 없었던 거다.

그런데 2020년 마흔세 살 무렵부터 월경 시작일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러다 또 제자리를 잡겠지, 했다. 2021년에 들어서자 부쩍 예상치 못한 날에 신호가 오는 일이 잦았다. 장거리 이동이나 며칠 여행을 앞두고 생리대를 챙겨야 할지 말지, 챙기면 얼마나 챙겨야 할지 늘 헷갈렸다. 혹시 이 어긋남에도 어떤 규칙이 있을까. 그걸 알고 싶어서 시작일을 기록했다.
 
 월경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 Pixabay
  
내 이럴 줄 알았다. 거의 매번 30일로 동일했던 월경 주기가, 26일에서 30일 사이를 오가며 짧아지고 있었다. 그러니 월경시작일이 5일이었다가 다음 달엔 1일, 그 다음달엔 27일 이렇게 뒤죽박죽 요동을 칠 수밖에.

주기가 짧아진 이유가 뭘까. 나이가 있으니 짐작 가면서도 괜히 어리둥절해한다.

아니, 솔직히 모르겠다. 음,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건, 그... 완경이란 걸 하기 전에 말이지, 주기가 점점 길어져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지. 30일이었던 주기가 35일이 되고, 50일이 되다가 두 달, 석 달... 이렇게 드문드문하다가 완경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왜 내 주기는 반대로 빨라지는 걸까. 그것도 규칙적으로. 혹시 내 자궁, 지금 회춘하는 중인 걸까?

"풋. 그럴 리가." 너무 꽉 끼어 3년째 못 입고 있는 청바지가 말한다.
"맞아. 절대로 아니지." 적금통장도 아니면서 계속 불어난 숫자만 보여주는 체중계도 옆에서 거든다.

세상 얄미운 것들.

확실히 알고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책도 찾아 읽어보았다. '완경이행기(폐경이행기)' '완경 전기(폐경 전기)'라는 생전 처음 보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둘 다 완경 전 호르몬이 불규칙해지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 기간의 월경 주기는 이랬다 저랬다 하고, 시작과 끝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완경 후 1년까지를 '갱년기'라 부른다고.

그랬구나.

뱃살이 조금씩 늘어나도, 핸드폰을 들고서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찾을 때도, '요즘 왜 이러지?' 하면서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모른 척하고 싶었다. 그런데 월경 주기까지 속일 수는 없구나. 이렇게 코앞까지 증거를 들이밀어야 겨우 인정하는 게 사람 마음인가 싶다.

내가 읽은 번역서 몇 권에서는 대부분 완경이행기에는 월경 주기가 길어지는 게 일반적인 경우라 나온다. 그런데 글을 쓰기 위해 기사를 검색하다가 "40세가 넘으면 난소 기능이 약해져 생리 주기가 짧아지고, 40대 중반이 되어 완경이행기가 되면 생리 주기가 40~50일 정도로 길어지기도 한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출처: 메디포뉴스 2023.2.23일자).

딱 내 이야기가 나와 눈이 번쩍 뜨였다. 주기가 짧아진 것은 이상한 게 아니고, 앞으로 길어지기도 할 수 있으니 염려 말라는 말로 들렸다. 전문의의 충분한 임상으로 확인된 신뢰할 만한 의견이라 더욱 반가웠다.

주기가 짧아지고 길어지는 데 이유가 없을 리 없다. 주범은 호르몬이었다! 이 원리를 이해하자니 학교 다닐 때도 제대로 안 한 생물 공부를 다시 하는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나와 '월경 동지'인 여성들의 몸을 알아가는 일이 즐겁다.

생리 주기가 짧아져도, 길어져도 괜찮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는, 안심의 말을 건넬 수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호르몬 열심히 공부해서 또 다음 글을 쓸 생각에, 글을 닫으면서도 마음이 설렌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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