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결심에 과기출연연 '공공기관' 족쇄 풀었다

백종민 2024. 1. 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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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은 과학계 숙원 해소
출연연간 융합연구 추진
과기정통부, 2월 중 후속 관리 방안 공개 예정
기초과학연구원은 지정해제 제외‥기초과학 지원책 마련 필요

윤석열 대통령의 과학기술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 지시가 2개월여 만에 현실이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통령의 과학기술 지원 의지를 이어가기 위해 과기출연연간 융합연구가 활발해지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31일 기획재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2024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지정안의 핵심은 과기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였다.

이번 결정으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그 소관 21개 연구기관(부설연구기관 4개 포함시 총 26개)이 공공기관에서 벗어났다.

과기출연연에게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숙원이었다. 지난해 KAIST 등 4대 과학원이 앞서 지정 해제됐지만 과기출연연들은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입에 의해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 오찬 간담회에서 과기출연연 공공기관 해제 건의를 받은 후 지정 해제를 지시했다. 이에 기획재정부, 과기정통부가 후속 조치에 나서 신속하게 지정 해제가 이뤄졌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과기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현장의 숙원사항을 해소하면서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연구의 수월성을 높여 성과 극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과기출연연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07년 이후 줄곧 공공기관으로 관리되면서 연구기관으로서의 특성을 고려치 않고 다른 공공기관들과 동일한 총인건비 제한 등의 규제가 적용되었다. 현장에서는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며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구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가연구개발비 삭감의 반대급부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일단 환영하고 있다. 한 과기출연연 임원은 "공공기관이다보니 인건비에서부터 복지까지 다양한 규제를 받아 어려움이 많았다"며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반겼다.

과기정통부는 과기출연연간 협업 촉진, 지식의 이동과 융합연구가 활발해지도록 후속 조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다음 달 14일 이종호 장관과 과기출연연 기관장이 참석하는 혁신방안 발표회에서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운영 방향과 제도개선 사항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인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연구 현장의 숙원이 해소됐다면서 "앞으로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과기출연연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 현장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지원체계 혁신으로 이어져, 우리 과기출연연이 세계 최초·최고의 연구 수행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현장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공기관 지정해제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배제된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4대 과기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될 때 과기출연연들이 처했던 상황이 재연된 셈이다.

IBS는 한국이 부진한 기초과학 분야를 육성해 '노벨상 산실'로 불리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같은 연구소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출발했지만, 여전히 공공기관으로 연구에 제약을 받는다.

IBS는 이명박 정부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설립 근거 법률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NST에도 소속돼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NST 산하 과기출연연의 공공기관 제외에 해당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IBS의 지배구조가 NST 산하 출연연과 다르다 보니 이번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서 빠진 것으로 설명했다. IBS를 관리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새롭게 정리되지 못하면 앞으로도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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