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 '선방쇼' 원동력…노이어 키운 '월클 GK 코치' 있었다 [아시안컵]

김정현 기자 2024. 1. 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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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승부차기에서 빛을 발한 조현우(울산HD)의 활약에는 월드클래스 골키퍼 코치 안드레아스 쾨프케 코치의 판단이 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대회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조현우의 두 차례 선방으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이날 한국은 후반 1분 선제골을 허용해 패배 위기에 몰렸으나, 후반 추가시간 종료를 앞두고 조규성(미트윌란)이 극적인 헤더 동점골을 터트리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경기는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양 팀은 승부차기에서 3, 4번 키커에서 희비가 갈렸다. 한국 1~4번 키커가 모두 킥을 성공시킨 반면에, 사우디의 3, 4번 키커가 조현우의 환상적인 선방에 막혀 실축했다. 조현우 활약에 힘입어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한 한국은 사우디를 제압하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많은 팬들이 한국 8강행의 일동공신으로 조현우를 꼽았다. 조현우는 이날 선제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후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고, 승부차기에서 2개나 막아내며 8강 진출에 있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조현우가 승부차기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그동안의 아쉬운 모습을 만회하기 충분했다. 조현우는 김승규(알샤바브)가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 이후 훈련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돼 대표팀을 떠나자 2차전부터 한국 골문을 책임졌다.

조현우는 조별리그 2경기에서 총 5실점을 기록했다. 페널티킥 실점과 박용우 자책골이 하나씩 있었지만 일부 팬들은 요르단과 말레이시아 상대로 2골 이상 내준 점을 납득하지 못했다.

사우디와의 16강 맞대결에서도 조현우는 전반 40분 코너킥 상황에서 크로스를 걷어내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나왔지만 공을 건드리는데 실패했다. 사우디의 2연속 헤더 슈팅이 골대를 때려서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위험했던 상황이었다.

조현우는 실점을 허용한 이후 안정된 플레이를 여러 차례 보여주면서 혹평에 반박했다. 후반 33분 후방에서 날아온 패스가 라디프 앞으로 향했는데, 라디프가 공을 소유하기 전에 조현우가 빠르게 나와 걷어내면서 슈팅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 연장 후반 추가시간 때도 역습 상황에서 라디프의 슈팅을 막아내 경기를 승부차기로 끌고 갔다.

승부차기에서 조현우는 자신의 진가를 100% 발휘했다. 그는 사우디 3번 키커 사미 알나헤이의 슈팅 방향을 정확히 읽어내면서 한국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사우디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도 조현우 벽을 넘지 못하면서 한국한테 8강행 티켓을 양보해야 했다.

조현우는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승부차기 연습도 많이 했다. 골키퍼 코치님이 내게 믿음이 있어 내 판단이 옳다고 하셨다"라고 밝혔다. 중계 방송사 인터뷰에서도 "쾨프케 골키퍼 코치가 큰 믿음을 줘서 편하게 승부차기에 임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승규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도 한국은 경험이 있는 조현우를 갖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경험 많고 여러 월드 클래스 골키퍼드를 키웠던 쾨프케 코치의 역할과 판단도 컸다. 

쾨프케 코치는 독일 축구대표팀 골키퍼 출신으로 클린스만과 함께 1990 이탈리아 월드컵,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1996 우승에 공헌한 멤버다.

쾨프케는 이후 지도자로 변신해 2004년부터 2021년까지 독일 축구 대표팀 골키퍼 코치를 맡았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클린스만과 함께 독일 대표팀 사단을 맡았고 이후 요하임 뢰브 전 감독과 2021년까지 함께했다. 

쾨프케는 골키퍼 코치를 하며 옌스 레만, 마누엘 노이어,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베른트 레노 등 21세기 훌륭한 후배 골키퍼들을 양성했다. 

특히 노이어, 테어 슈테겐처럼 발기술이 준수한 골키퍼들을 지도하며 독일산 '스위퍼 키퍼' 탄생에 기여하기도 했다. 골키퍼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공격 작업), 노이어가 만든 스위퍼 유형의 현대적인 골키퍼상을 정립했다.

쾨프케는 현재 대표팀 코치진 중 파올로 스트링가라, 차두리 코치와 K리그 현장을 자주 누비며 국내 골키퍼진을 자주 관찰했다. 조현우 뿐만 아니라 김준홍(김천상무)과 이창근(대전하나시티즌) 등 다른 골키퍼들도 확인하며 풀을 넓히려는 노력을 했고 결과적으로 김준홍을 대표팀 훈련 파트너로 합류시키기도 했다. 

지도력이 높은 쾨프케 코치는 중요한 순간 좋은 판단과 조언으로 조현우의 승부차기 선방쇼를 이끌어 냈다. 쾨프케 코치의 경험이 만들어낸 중요한 승리였다. 

한편 한국을 8강으로 이끈 조현우는 이제 오는 2월 3일 오전 0시30분 카타르 알와크라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호주전을 준비해야 한다. 호주는 지난 28일 16강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완파하며 어렵지 않게 8강으로 올라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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