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턴이 횡령" 죄 뒤집어씌운 野보좌관 결국 1심 유죄

이찬규, 이아미 2024. 1. 3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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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정책개발비를 빼돌린 혐의로 전직 야당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해당 보좌관은 당초 횡령 의혹이 불거지자 출금 심부름을 시켰던 행정 인턴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는 지난 11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전직 보좌관 A(61)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국회에 정책자료집 발행 부수를 부풀려 정책개발비를 허위로 청구한 뒤 인쇄업체로부터 818만원을 되돌려 받은 혐의를 받는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A씨는 2016년 12월 19일 유 의원실에서 행정인턴으로 재직하던 B씨에게 유 의원 정책자료집 2000부에 대한 발간비 지급신청서를 작성하게 했다. 하지만 실제 제작한 건 4부였고, 세금 등을 제외한 818만원을 인쇄업체 대표에게 되돌려 받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A씨는 이후 B씨에게 인쇄업체로부터 B씨 명의의 매식비 통장으로 818만원을 받으라고 지시한 뒤 국회의원회관 1층 현금 인출기에서 모두 현금으로 뽑아오라고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대한민국)를 기망해 재물을 교부했다고 보고,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정책개발비 횡령 의혹은 2018년 11월 한 언론사의 보도로 불거졌다. 당시 유 의원실은 인턴 B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보고 B씨를 횡령 혐의로 2019년 2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B씨가 임의로 용역보고서를 제작하고, 용역비용 일부를 자신의 계좌로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취득한 뒤 곧바로 퇴사했다”는 내용이었다. B씨가 인턴 기간 만료로 퇴직한 뒤 A 전 보좌관 역시 B씨 고발 직전인 2019년 1월 의원실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남부지법 전경. 뉴스1

하지만 경찰은 2019년 4월 B 전 인턴을 무혐의 처분하고, A씨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해 서울남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2021년 12월 A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B씨의 단독 범행”이란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행정 인턴의 단독 범행이라며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취하고, 잘못을 반성하지도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중앙일보에 “당시엔 B씨 명의로 돈이 흘러갔고, B씨가 현금을 인출한 모습을 찍은 CCTV 영상만 객관적 사실로 파악됐다”며 “A씨와 B씨의 의견이 달라,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고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혹이 불거진 뒤 횡령금 전액 반환했다”며 “관리자로서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B씨 부모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전직 보좌관 “정책개발비 뒷돈 빼돌리기는 관행” 주장


한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책개발비 일부를 챙긴 건 관행이라고 주장했다고도 한다. A씨는 “정책개발비는 의원실마다 배당된 예산을 모두 찾아 먹는 개념으로 운영했다”며 “청구한 금액에서 실제 집행 예산을 뺀 차액은 업체로부터 돌려받아 의원실 운영비로 사용하는 구조다. 관례상 그렇게 신청하고 집행했다”고 진술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가 세금을 유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행정부를 감시하는 국회가 모범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찬규·이아미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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