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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 2024. 1. 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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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코디네이터' 활동하는 신안 퍼플섬 박지도 장청균씨

[이돈삼 기자]

 눈 내린 날의 퍼플섬 포토존. 반달 위에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나란히 앉은 조형물이다. 섬 방문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신안군
 
"관광객이 즐거워할 때 보람이 크죠. 눈에 보이는 마을이 보랏빛이고, 주민들의 옷차림도 보라색이고, 지나는 할머니가 입은 조끼도 보라색이고... 방문객들이 재밌어해요. 보라보라한 얘기를 들려주면 더 좋아하고. 보라색 옷을 입은 우리도 즐겁고, 관광객들도 좋아합니다."

신안 박지도 '섬 코디네이터' 장청균씨의 얘기다.

섬 코디네이터는 섬의 역사와 문화, 예술,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방문객들이 섬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실무형 주민 관광전문가를 일컫는다. 전남도와 전남관광재단이 '가고 싶은 섬'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통해 인증하고 있다. 장씨는 2018년에 1기로 교육을 받았다.

"퍼플섬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자주 들어옵니다.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돕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바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박지도를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이 나요. '퍼플섬' 박지도를 제대로 홍보하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보라돌이' 장씨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섬 코디네이터 장청균 씨. 장 씨는 섬의 역사와 문화, 예술,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방문객들이 섬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 이돈삼
  
 퍼플섬을 연결하는 보라색 나무다리. '퍼플교'로 이름 붙은 다리는 안좌도 본섬에서 박지도와 반월도를 이어준다.
ⓒ 이돈삼
 
장씨는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면 박지도에 살고 있다. 박지도는 반월도와 함께 '퍼플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퍼플섬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지난 2021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에 들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주는 '한국관광의 별' 본상도 받았다.

퍼플섬은 섬이 온통 보랏빛으로 채색돼 있다. 섬마을의 집과 창고 등 건물 지붕부터 도로, 조형물, 휴지통은 물론 식당의 탁자와 식기까지도 보라색이다. 섬사람들의 옷과 신발, 장갑 등 차림새도 보랏빛 일색이다. 퍼플섬은 큰섬 안좌도에 딸린 반월도, 박지도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재밌잖아요. 섬에 들어올 때 입장료를 받습니다. 입장료라기보다는 섬을 관리하는 비용이죠. 그것도 관광객이 보라색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거나, 모자를 쓰거나, 우산이나 양산을 들고 있으면 받지 않습니다. 양말, 안경 등 액세서리가 보라색이어도 안 받는데요, 속옷 색깔이 보라색이라며 보여주는 관광객도 있어요. 그러면서 한번 더 웃는 거죠."

장씨의 얼굴에서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퍼플섬'으로 알려진 반월도와 박지도의 퍼플교 야경. 나무다리가 온통 보랏빛으로 채색돼 있다.
ⓒ 신안군
  
 퍼플교의 밤. 섬과 바다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나무다리가 보라색 조명을 밝힌다.
ⓒ 이돈삼
 
'퍼플섬' 반월도와 박지도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보라색 다리로 연결돼 있다. 안좌도-반월도 380m, 반월도-박지도 915m, 박지도-안좌도 547m에 이른다. 한 번의 방문으로 3개의 섬을 다 여행할 수 있다. 나무다리만 따라 걸어도 30분은 족히 걸린다. 바닷물이 들고나는 밀물과 썰물 때 풍경도 다르다.

섬의 보랏빛 채색은 신안군의 컬러 마케팅에서 시작됐다. 섬마다 특정 색깔을 입혀 꾸미는 사업이다. 반월도와 박지도의 '퍼플섬' 단장은 섬에서 많이 나는 도라지, 꿀풀, 콜라비의 색깔에서 착안됐다.

나무다리를 보라색으로 단장하고, 이름을 '퍼플교'로 붙였다. 아기자기한 포토존도 만들었다. 반달 위에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나란히 앉은 조형물이 방문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다. 밤에 보라색 불을 밝히는 나무다리 풍경도 멋스럽다.
  
 섬 코디네이터 워크숍에서 만난 장청균 씨. 장 씨는 평소 보라색 점퍼와 모자를 즐겨 착용한다. '퍼플섬' 홍보의 일환이다.
ⓒ 이돈삼
  
 '퍼플섬' 박지도와 반월도 사이의 갯벌. 바닷물이 빠지면서 갯골에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 이돈삼
 
"가고 싶은 섬으로 단장하면서, 사실 걱정도 했습니다. 섬에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면 어르신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해서요. 기우였습니다. 어르신들이 더 반기고 좋아하십니다. 어르신들이 보라색 옷을 입고 다니고, 소일거리로 방문객들한테 농산물도 팔고요."

'섬마을이 퍼플섬으로 단장된 뒤, 마을의 분위기는 어떻냐'는 물음에 대한 장씨의 대답이다. 장씨는 "섬에 살겠다고, 도회지 생활을 정리하고 들어온 사람도 여럿 있다"고도 귀띔했다.

"아네모네, 라벤더, 버들마편초, 아스타 등 보라색 꽃이 만개할 때 제일 이쁘죠. 오뉴월에 징하게 이쁘고. 보라색 꽃은 없어도 집과 창고가 보라색이고,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가는 지금도 이뻐요. 사철 언제라도 이쁜 곳입니다. 많이 놀러 오십시오."

퍼플섬의 주민이면서 섬을 지키는 섬지기이자 섬 코디네이터인 장씨의 권유다.
 
 '퍼플섬'에서 만난 장청균 씨. 장 씨는 섬에 사는 주민이면서 섬지기로, 섬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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