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불구 만든 음주운전자… “징역 4년 많다” 항소

혈중 알코올 농도 0.117%로 운전
유연수 선수 들이받아 영구장애
“몰염치한 사람 아냐… 사과하고 싶다”

유연수(오른쪽 두번째) 선수가 지난해 11월11일 은퇴식을 마친 뒤 가족·김현희 제주 유나이티드 단장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음주운전 차량으로 25세 축구선수를 들이받아 불구로 만든 30대 남성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형량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A씨(36)의 변호인은 전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25일 1심 선고가 이뤄진 지 5일 만이다.

A씨는 2022년 10월 18일 오전 5시 40분쯤 제주 서귀포 표선면의 한 사거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제한 속도를 초과해 차량을 몰다 왼쪽에서 진입하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117%로, 면허 취소 수치를 아득히 넘어섰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 골키퍼 유연수 선수가 크게 다쳤다. 응급 수술을 받은 유연수는 87%에 달하는 전신 장애와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하반신 마비 등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1년간 재활치료에 전념했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11일 25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해야 했다.

반면 A씨는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알려진 것처럼 몰염치한 사람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A씨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언론 보도를 보면 피고인이 몰염치한 사람처럼 돼 있는데, 사실 수차례 시도에도 피해자 측과 연결되지 않아 사과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또 성의를 보이고자 현재 전 재산까지 처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A씨도 최후진술에서 “사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장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술 때문에 생긴 일인 만큼 앞으로 술은 쳐다도 안 보고 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연수는 지난 17일 한 방송에서 “(가해자는) 지금까지도 사과 한마디 없다. 재판에서는 저희한테 사과하려고 했다고 하던데 정작 저희는 한 번도 연락받은 적이 없다”며 “그걸 듣고 더 화가 나더라. 와서 무릎 꿇고 사과했으면 그래도 받아줄 의향이 있었는데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는 등 죄질이 나쁘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도 높다. 이 사건으로 한 축구선수는 중상을 입어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면서도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징역 4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검찰 구형량인 5년과 비교해도 20% 낮다.

1심 선고 직후 유연수의 어머니는 “피고인은 법정에서까지 저희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우리 아들은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는데 A씨는 4년 징역 살고 나오면 다시 일상생활을 한다”며 분노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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