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초대형 항공사' 꿈 이룰까… 日 넘은 대한항공, 합병 '눈앞'

편은지 2024. 1. 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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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쟁당국, 31일 기업 결합 승인
美·EU 승인 남아… EU도 내달 승인 유력
올해 안에 합병 마무리 가능성 높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각 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심사가 일본의 문턱을 넘었다. 14개국 중 12개국의 승인을 따낸 가운데 앞으로 남은 미국과 EU의 심사 결과가 두 항공사의 결합을 판가름할 예정이다. 햇수로 4년간 끌어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초대형 항공사'를 향한 꿈도 올해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항공은 31일 필수 신고국가인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12개국에서 승인을 완료하게 됐다.

앞서 영국·EU 등 까다로운 심사가 이어진 후 일본이 후발주자로 결과를 내놓게 된 만큼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미 일본 노선에 진입한 항공사가 다수인 만큼 예상보다 수월하게 승인을 따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역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여객노선과 화물노선에 대한 시정조지는 요구했다.

우선 노선의 경우 양사 합병시 산하 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함께 결합되는 만큼 한-일노선 시장점유율이 증가해 독점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사실상 일본노선은 LCC 국제선 노선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LCC '빅3'인 진에어가 포함되는 만큼 3사 합병시 한-일 노선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LCC 3사간 운항이 겹쳤던 서울 4개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국적 저비용 항공사, 신규 진입 항공사가 있을 경우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된 자유화 노선이어서 LCC를 비롯한 신규 경쟁 항공사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

화물 노선 역시 독점 우려를 표했으나, 일본발 한국행 일부 노선에서 타 항공사와 공동으로 화물을 공급하는 수준의 요구에 그쳤다. 앞서 지난해 EU 경쟁당국의 요구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를 매각 결정한 만큼 경쟁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관문을 넘어서면서 4년간 줄곧 끌어온 양사 합병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조 회장이 수년째 선언해온 '올해는 인수하겠다'는 약속도 올해는 사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은 심사국 중 EU는 내달 조건부 승인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건부 승인은 실제 시정조치안 이행 여부에 따라 기업 결합을 최종 승인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EU의 노선 및 화물 경쟁제한 우려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과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 이전 등 시정조치안을 제출한 바 있다. 사실상 대한항공에 남은 심사국은 미국 한 곳으로 좁혀진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이 불승인할 경우 합병이 무산되는 만큼 경쟁제한에 대한 우려를 더욱 깐깐하게 판단할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앞서 런던 히드로공항 슬롯을 내주고 영국의 심사를 따냈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고 EU의 우려를 해소한 만큼 남은 심사에서도 대한항공이 무리한 수준의 시정조치도 받아들일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내 반독점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요인이다. 지난 16일 미국 법무부(DOJ)는 자국 LCC인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인수합병에 대해 반대하며 노선 독점으로 인한 경쟁 제한에 대한 기조를 확실히 했다. 소비자 후생과 시장 경쟁을 해친다는 취지인데,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심사에서도 적용된다.

이에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과 경쟁제한성 완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항공산업 구조조정 및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에 동참 ▲한미 노선 승객 대다수가 한국인 ▲한국 공정위에서 이미 강력한 시정조치를 부과 ▲경쟁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이 신규 항공사의 진입과 증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통해서다. 대한항공은 최근 2년 간 미국 정관계 로비활동에 57만달러(약 7억6300만원)의 자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가격 인상 우려 등이 있을 것이고, 각국 역시도 중복사업을 하는 유사기업이 합병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과점과 관련한 우려나 제재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긴 호흡으로 놓고 본다면 자국 기업(아시아나항공)이 외항사에 팔리는 것 보다 국적 항공사에 인수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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