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비밀요원이고 거짓연애한다"…미국에 때아닌 스위프트 음모론

구나리 2024. 1. 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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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 극우 미디어의 음모론에 홍역
과거 바이든 지지 이력·남자친구까지 묶여

2억7900만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를 거느린 미국의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번에는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 음모론에 휩싸였다.

'테일러노믹스' 스위프트, 경제·사회 영향력 입증하며 정치적 영향력도 보이자 음모론으로 견제하는 듯

미국의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현지 언론은 스위프트를 둘러싼 음모론이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극우 미디어 등이 주도해 스위프트를 겨냥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스위프트와 공개 연애하고 있는 미 프로풋볼(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까지 공격하고 있다.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위프트는 현재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한 차례 영향력을 보인 바 있다. 지난해 9월 스위프트는 자신의 SNS인 인스타그램에 팬들에게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게시물을 올리자 당시 하루 만에 신규 등록한 유권자가 3만5000명이나 늘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민주당)는 스위프트를 두고 "독보적인 존재"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펜타곤 비밀 요원·거짓 연애 등 주장…"보수층 믿음 깨뜨린 결과" 해석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테일러 스위프트.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이에 맞서 우파도 스위프트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여 왔다. 꾸준히 돌았던 음모론 가운데 하나는 스위프트가 미 국방성(펜타곤) 비밀 요원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려고 팬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프트와 켈시가 NFL이나 코로나19 백신, 민주당 지지를 위해 만들어진 거짓 커플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남자친구 켈시의 소속팀인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에 진출하자 공격은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공화당원 비벡 라마스와미는 SNS에 "다음 달 슈퍼볼에서 누가 우승할지 궁금하다"며 "그리고 인위적으로 문화적 지지를 받는 커플이 이번 가을 주요 대선 (후보를) 지지할지 궁금하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친(親)트럼프 방송인 마이크 크리스피는 NFL이 "민주당 선전"을 퍼뜨리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담하건대 캔자스 시티가 이겨 슈퍼볼에 가고, 스위프트가 하프타임 쇼에 나와 미드필드에서 켈시와 함께 조 바이든을 '지지'할 것"이라며 음모론을 기정사실로 했다.

특히 스위프트와 켈시의 만남은 보수층의 믿음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켈시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과 맥주 버드라이트 광고에 출연한 바 있다. 버드라이트는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를 협찬했다가 보수층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스위프트와 켈시의 관계가 전통적 연인상과 거리가 있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있다. 순자산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가 넘는 성공하고 부유한 여성(스위프트)이 남자 친구(켈시)를 전보다 더 높은 차원의 유명 인사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일각의 전통적인 성 규범에 타격을 줬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측, 이 상황에서 스위프트에 러브콜 보내…음모론 점점 더 힘입을 전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또 바이든 선거캠프가 스위프트에게 지지 요청한다는 보도가 추가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더욱 날을 세웠다. 스위프트는 아직 명확히 대선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지만, 앞서 2020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고 민주당 소속 바이든 후보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퍼져가는 음모론을 '헛소리'쯤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외신은 이런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공화당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으며, 수백만 명이 이들에게 의지해 뉴스와 정보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음모론이 거칠수록 더 많은 흡입력을 얻을 것이라며 폭스뉴스 진행자 숀 해니티와 같은 기성 언론의 황금시간대 쇼에서 반복해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라드 홀트 싱크탱크 전략적 대화(Strategic Dialogue)의 극단주의·허위정보 연구가는 "(스위프트에 대한 음모론을 퍼뜨리는 개인과 매체는) 현대 보수주의자들을 위한 주요 정보원 중 하나이고, 그들이 바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퍼뜨리려고 공화당 엘리트들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며 "오늘날 보수 언론이 얼마나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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