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 목회자가 하필 고국섬을 찾은 이유는?

김동규 2024. 1. 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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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만에 이작도에 닿았다.

인천대교 자월도 승봉도를 차례로 지난 뒤 만난 섬이다.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에게 성경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휴식의 시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그는 "목회자들이 꺼리는 섬 지역에도 복음에 갈급하는 이들은 여전히 있으며 땅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성경적 명령에 따라 이작도에 왔다"며 "설교하고 목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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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교회 ‘이작 바이블 아카데미’
숙식 무료 제공, 수준 높은 교육도 마련
성경 이해 돕고 휴식 시간도
윤성원 삼성제일교회 목사가 31일 인천 옹진군 이작교회에서 열린 '이작 바이블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목회 이야기를 풀고 있다.

31일 오전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만에 이작도에 닿았다. 인천대교 자월도 승봉도를 차례로 지난 뒤 만난 섬이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해양생태계보전지역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이작교회(박승로 목사) 십자가에 눈길이 멈췄다. 성인 10여명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작은 규모의 교회 수양관에선 특별한 강의가 열렸다.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 5:48)는 말씀에서 온전은 조화와 균형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하고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습니다.”

‘목회와의 대화’ 시간에 강사로 나선 윤성원 삼성제일교회 목사가 목회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이날 마련된 행사 명칭은 ‘이작 바이블 아카데미’.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에게 성경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휴식의 시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강단 강화를 위한’을 주제로 지난 29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세미나에는 미자립·개척교회 교역자 4명이 참석했다.

소형근 서울신대 구약학 교수도 그의 저서인 ‘주역 에스라’를 통해 에스라서에 나타난 고대 이스라엘의 포로 이후 페르시아 시대를 설명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신민철(44) 시온성교회 전도사는 “선배 목회자들의 경험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었고 성경에 대한 폭넓은 관점을 배웠다”며 “돈을 주고도 못 들을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승로 이작교회 목사가 이작교회를 소개하고 있다.

육지도 아닌 섬 교회에서 제법 수준높은 세미나가 열린 데에는 애틋한 사연을 품고 있었다.

이작교회는 박승로(69) 목사가 2017년 부임하기 전까지 수개월간 목회자가 없었다. 박 목사는 미국 시민권자로 20년 넘게 한인교회를 맡으면서 미주성결교회 총무로 지내기도 했다. 미국에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었지만 고국의 낙도교회 목회를 자처했다. 그는 “목회자들이 꺼리는 섬 지역에도 복음에 갈급하는 이들은 여전히 있으며 땅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성경적 명령에 따라 이작도에 왔다”며 “설교하고 목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작 바이블 아카데미' 현장 모습.

박 목사가 부임하면서 이작교회는 활기를 찾았다. 그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새신자 가족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출석 교인이 10명 아래로 쪼그라들었던 교회는 어느덧 30명 넘게 출석한다. 최근에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부흥회와 헌신예배를 잇따라 드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2020년부터는 삼성제일교회(윤성원 목사)와 협력해 바이블 세미나를 열어 미자립교회와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다. 아무도 찾지 않던 교회가 어느새 다른 교회와 목회자를 섬기고 있는 것이다.

박 목사는 “하나님께서 저를 이작교회에 세워주셨기에 건강이 허락되는 한 이곳에서 목회를 마무리하고 싶다”며 “작은 교회를 섬기는 소명도 같이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작 바이블 아카데미'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앞 줄 왼쪽부터 소형근 서울신대 구약학 교수, 윤성원(삼성제일교회) 박승로(이작교회) 목사.

이작도(인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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