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도 깨고 정치적 심의... 정권 친위대로 악용된 방심위

민주언론시민연합 2024. 1. 3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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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시민 방청 보고서] 여권 단독 방심위원 MBC '표적심의' 현실화

[민주언론시민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 MBC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는 3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 아래 '방심위')가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발언에 대해 이른바 '바이든 자막'을 달아 보도한 MBC와 인용 보도한 8개 방송사에 대한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를 방청했습니다.

대통령·여권 추천 심의위원 4인만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심의는 특히 최초 자막보도를 내보낸 MBC에 중징계 전제인 '의견진술'을 의결했습니다. 우려한대로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 일방으로만 진행된 심의과정에서 찬반토론은 일절 없었고, 심의권 남용으로 인한 권력비판 보도 위축이나 국민 알권리 침해에 대한 신중함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의 방송심의와 언론 자유에 대한 이해도 부족, 보도 가치에 대한 일방적 폄하와 왜곡 등 자질부족만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는 이번 심의를 통해 드러난 방심위의 정치심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비판 언론에 가해지는 표적심의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감시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MBC '~승인안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자막보도에 대해 중징계 전제로 알려진 의견진술을 의결했습니다. 다른 8개 방송사 보도에 대해서도 의견진술을 의결했으나 이들 심의위원들은 한결같이 MBC가 최초로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진위 파악없이 임의대로 자막처리했다며 그 책임이 무겁다고 주장함으로써 이번 심의의 타깃이 MBC임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권력에 불편한 보도를 계속해온 MBC를 표적삼아 공격하기 위한 노골적인 이중잣대에 다름 아닙니다. 특히 대통령실에 해명을 요구했음에도 15시간이 지난 뒤에야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라고 해명한 대통령실 책임이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참작 없이 MBC가 의도적인 거짓 자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특정 의견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오늘 심의과정에서 류희림 위원장은 3심 최종심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방심위 심의는 법원판단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법원 판결이 나중에 어떻게 되든 참고사항이라는 발언하면서, 정작 행정기관의 규제야말로 잠정적이고 이후 사법 심사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상식마저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새로 임명된 이정옥 위원은 심의 의결이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의견제시, 권고와 법정제제인 주의, 경고, 관계자에 대한 징계 그리고 최고 단계인 과징금으로 구분된다는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완 위원은 같은 자막방송을 내보냈음에도 각 방송사마다 보도경위, 사후조치 등이 다르다며 MBC 이외 다른 방송사들을 달리 대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아래는 류희림 위원장과 문재완 위원의 발언 내용 중 일부입니다.

○ 2024년 제3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 중
 
 2024년 제3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 중 발언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날 방심위에서 의결한 의견진술은 내용은 물론 심의요건 상으로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선 정정보도청구소송 1심 법원 판결은 MBC도 항소 방침을 밝힌 만큼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재판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인 윤석열 대통령의 당시 발언 진위 여부에 대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확인한 것도 아닙니다.

핵심적인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아님에도 류희림 위원장은 이번 판결을 MBC 심의 재개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는 다른 다수의 방송심의 사안에서 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보류해 온 그동안 관례를 깨는 것이며, 류희림 위원장이 무리하게 정치적 심의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방심위는 스스로 비판 언론의 탄압 도구를 자임하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방심위는 선언적으로만 민간독립기구일 뿐 국가가 예산권과 임명권을 갖고 있어, 정치 사안 보도를 공정성·객관성을 기준으로 심의하는 경우 태생적 한계로 여권 편향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MBC 자막보도에 대한 심의는 이런 방심위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금 보여준 사례이자 심의권을 악용해 비판적 언론을 탄압한 전형적 사례입니다. 방송의 독립성 침해, 언론의 표현의 자유 위축, 특히 국민의 알권리 침해와 공적 의사형성과정 방해 등 민주주의 국가 전체에 걸쳐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친인척과 지인들이 특정 보도를 표적으로 동일한 내용으로 제기한 민원을 근거삼아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징계를 의결하고, 그 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에 따른 회피도 하지 않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된 류희림 위원장은 방심위의 편파심의와 파행에 대해 국민 앞에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당사자입니다.

또한 국회 추천 몫의 심의위원 임명을 이유없이 미루면서 여권 추천 위원만 속전속결로 임명한 후 자신을 비판하거나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한 탄압 도구로 방심위를 악용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모든 책임의 중심에 있습니다. 방심위와 윤석열 대통령은 공적 심의기구를 정권보위의 친위대로 악용하려는 행태를 멈춰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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