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클래식 기타에선 손톱이 활…네일버퍼가 필수죠"
"손톱 상태 따라 연주 완전히 달라져"
다음달 국립심포니와 '아랑후에즈 협주곡' 협연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에게 네일버퍼는 필수품이다. 맑고 아름다운 기타 소리를 들려주려면 오른 손톱이 매끄럽게 정리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30일 박규희를 서울 사당동의 그의 소속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박규희는 인터뷰에 앞서 기타 연주를 들려줬다. 연신 네일버퍼로 오른 손톱을 매끄럽게 갈면서 말했다. "클래식 기타에서는 손톱이 활이다. 손톱 상태에 따라 기타 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기타와 바이올린은 모두 현악기지만, 바이올린은 활을 사용해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 기타는 활 없이 손으로 현을 직접 퉁겨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로 구분된다. 오른 손톱을 갈아주는 이유는 직접 줄과 닿는 손톱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부드럽고 온화한 소리가 난다. 손톱이 거칠면 그만큼 기타 소리도 거칠어진다.
박규희가 오는 2월2일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1901~1999)의 대표곡 '아랑후에즈 협주곡'을 협연한다. 박규희는 "기타 그 자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너무나 유명한 곡"이라며 "지금까지 협연 횟수만 30번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 곡의 2악장은 과거 KBS 토요명화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돼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애초 몬테네그로 태생의 기타리스트 밀로시 카라다글리치가 협연할 예정이었지만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빠지면서 박규희가 대신 무대에 오른다.
박규희가 국립심포니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공연을 불과 닷새 남겨놓은 지난 28일이다. 박규희는 "다행히 지난 11월 중순 일본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며 "4일 밖에 시간이 없어서 지금 밤낮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박규희는 엄마 덕분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기타를 접했다. 처음 기타를 접한 시기는 일본에 살던 만 3살 때였다. 기타를 배우고 싶었던 엄마가 어린 딸을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학원에 데리고 다녔고 박규희는 자연스럽게 학원에서 기타를 갖고 놀았다. "기억이 나는 5살 무렵에 이미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기타와 함께했다. 그런데 의지가 생기는 나이가 됐을 때도 기타를 너무 좋아했다. 다른 것에는 아예 흥미가 없었다. 처음부터 운명적으로 만난 셈이다."
박규희는 2010년 '스에뇨(Sueno)' 앨범을 발매하며 데뷔했다. 2010년 어거스틴 바리오스 국제콩쿠르, 2012년 알함브라 국제기타콩쿠르 등 여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으로 입지를 다졌다.
한국에서는 클래식 기타가 대중적이지 않아 데뷔 초기 한국에서 활동 기회가 별로 없었다. "2014년까지 한국에서 1년에 연주 기회가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기타라고 하면 대부분 어쿠스틱 기타를 떠올려 서러움도 많이 느꼈다."
그는 어쿠스틱 기타와 클래식 기타는 차이가 크다며 일단 현의 재질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어쿠스틱 기타는 현이 쇠로 돼 있어서 마찰음이 많다. 그래서 소리가 악기 주변에서 크게 들린다. 반면 클래식 기타는 나일론 재질이어서 부드럽게 들리고, 악기 주변에서는 작게 들리지만 소리가 멀리 뻗어나간다. 또 클래식 기타는 피크를 사용하지 않고 살과 손톱으로 연주를 하기 때문에 사람의 특성에 따라 소리가 굉장히 많이 달라잔다. 또 클래식 기타가 훨씬 더 오래된 악기이고 어쿠스틱 기타는 최신 악기다."
박규희는 한국에서도 클래식 기타를 아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클래식 기타 연주곡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도 했다.
한국에서는 아랑후에스 협주곡과 프란치스코 타레가(1852~1909)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타레가 역시 스페인 작곡가다.
"스페인은 현재 클래식 기타의 원형이 만들어진 곳이다. 기타와 스페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타 음악이 집시 음악이기도 하다. 아랑후에스 협주곡은 그 집시스러운 멋을 살릴 수 있는 아주 적합한 곡이다. 처음 듣자마자 스페인스럽다, 이게 바로 기타지라는 느낌을 주는 곡이다."
박규희는 알리고 싶은 작곡가로 파라과이의 아구스틴 바리오스(1885~1944)를 꼽았다.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다. 파라과이에서는 영웅 같은 인물이어서 지폐에도 얼굴이 새겨져 있다. 남미나 스페인에서는 굉장히 유명하고 존경받는 인물이다. 바리오스의 음악은 매우 시적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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