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K액션 '황야'에 국내-해외 엇갈린 반응, 왜?
이탈리아·프랑스·대만 등 82개국 톱10
"비슷한 액션 기시감" 국내서 미지근
마동석 해외 인지도에 높은 관심
호불호는 갈렸다. 배우 마동석의 화려한 액션에 국내 시청자는 '식상하다'는 반응이지만, 해외에서는 '한국식 액션이 볼 만하다'고 환호한다.
이달 26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영화 '황야'(감독 허명행)가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 82개국 10위 안에 포함됐다. 통계는 '넷플릭스 톱10 웹사이트'에서 집계했다.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 기준으로도 1430만회를 기록하며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대만 등을 포함한 총 82개 국가 내 순위에서도 10위권 안에 들었다.
'황야'는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에서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렸다. 종말 이후의 세상을 다루는 이른바 '포스트 아포칼립스' 콘텐츠다. 마동석과 액션 영화에서 오래 손발을 맞춰온 허명행 감독이 손잡고 날것의 거친 액션 블록버스터를 완성했다. 허 감독은 처음으로 메가폰을 들었다. 오랜 인연인 마동석의 응원이 발판이 됐다. 허명행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K-액션 영화와 함께 우리나라의 멋진 액션 배우들을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더욱 의미가 있다"며 "시청해주신 글로벌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야'는 당초 극장 상영과 OTT 공개를 모두 염두하고 제작한 영화지만, 넷플릭스와 기획한 영화는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 행을 결정짓자 영화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얼어붙은 극장가는 마동석의 등판을 기대했다가 실망했다. 마동석이 주연·제작한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팬데믹 기간 1000만 관객을 두 번이나 동원했기에 기대감도 컸었다.
호불호 엇갈리는 배경은?
'황야'는 마동석의 세계관이 잘 살아있는 영화다. 차이가 있다면 무기를 들었다는 정도. 그간 다수 액션 영화에서 일명 '핵주먹', 복싱 기술이 바탕이 된 맨손 액션을 주로 선보였다면, '황야'에서는 총·칼을 들고 싸운다. 이는 거대한 존재감에 활력을 불어넣는 장치로 작용한다. 더 시원해진 액션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까지 흡수한 동력이 됐다.
특유의 유머 코드도 잘 살아있다. 마동석은 묵직한 외형과 달리 심드렁한 얼굴로 툭툭 내뱉는 유머의 타율이 높은데, '황야'에서도 빛을 발한다. 중간중간 늘어지는 타이밍에 유머러스한 대사로 웃음을 유발한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한다. 마동석의 시원한 액션과 유머는 국내 관객,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까닭이다. 그가 주연한 '범죄도시' 2·3편을 2000만명 넘는 관객이 봤고, 영화 '부산행'(2016) '성난황소'(2018) '악인전'(2019) 등 다수 작품에서 비슷한 캐릭터로 출연했다. 이러한 기시감에 국내 시청자 사이에서는 피로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와 설정이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야'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모두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제작사에서는 같은 세계관을 차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황야'를 본 시청자들은 새로울 게 없다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해외에서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부산행', 마블 영화 '이터널스'(2021) 등으로 인지도를 쌓은 마동석의 한국형 액션에 관심을 보이는 시청자가 많다. K콘텐츠의 인지도가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명 'K-액션' 관심이 상당한 해외 시청자를 상대로 기획·제작한 것이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K콘텐츠의 저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스크린에 구현된 한국 창작자들의 빛나는 상상력에 관심을 가져주신 전 세계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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