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장 1심 징역 1년… 법정구속 면해

최석진 2024. 1. 3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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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이끌었던 검찰이 야당에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대구고검 차장검사)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31일 오전 열린 손 검사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 사건의 선고공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유죄를 인정,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을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손준성 검사장./강진형 기자aymsdream@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 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라며 "고발장이 당시 검찰을 공격하던 여권 인사 등을 피고발인으로 삼았던 만큼 피고인에게 고발이 이뤄지도록 할 동기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고발장을 전달한 것만으로는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손 검사장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황희석 전 최고위원,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주고받으며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21년 9월 2일 뉴스버스는 '[단독] 윤석열 검찰, 총선 코앞 유시민·최강욱·황희석 등 국민의힘에 고발 사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여러 후속보도를 내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버스는 같은 날 보도한 '[배경 설명] 검찰총장 무력화 시도에 윤석열 야당 고발 사주로 대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제의 고발장이 접수된 시점, 즉 2020년 4월 3일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 전 총장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시기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이후 윤석열 사단에 대한 감찰과 서울중앙지검 수사 압박이 예정되자, 또 다른 검찰 수사로 추 장관 측에 맞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윤석열 검찰이 미래통합당에 범여권 인사의 고발을 사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에 착수해 문제의 고발장과 판결문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손 검사장→김웅 의원→제보자 조성은씨 순서로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며 8개월의 수사 끝에 손 검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최강욱, 황희석 등 범여권 인사들이 입후보한 2020년 4·15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2020년 4월 3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김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과 판결문 등 자료를 전송했고, 이 같은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손 검사로부터 전송받은 고발장과 자료들을 미래통합당에 전달한 김 의원에게는 손 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모 혐의가 적용됐다.

또 공수처는 손 검사가 범죄 혐의와 관련된 수사정보 등이 담긴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송한 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리고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공무원에게 지시해 열람·수집한 '검언유착' 의혹의 제보자 지모씨에 대한 실명판결문을 김 의원에게 전송한 행위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는 두 차례나 손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등 이유로 기각되며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공수처는 사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도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손 검사장에게 공직선거법상 분리선고 규정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3년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 중 처음으로 유죄 판결이 난 사건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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