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 휴식 대신 미국행, '드라이브라인 파견' 정해영은 "단점을 확실하게 알았다"

유준상 기자 2024. 1. 3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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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 마무리투수 정해영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겨울을 보냈다. 국내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선진 문물을 접하며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KIA는 지난달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에 정해영을 포함해 투수 5명과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를 파견했다. 맞춤형 트레이닝을 통한 구속 증가 및 구위 향상 등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 주된 목적이다. 코치들의 경우 바이오 메카닉 연수에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은 지난달 18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33박 34일의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도착 이후 바이오 메카닉 모션 캡쳐 및 체력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선수별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이 설계됐다. 그만큼 선수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장단점이나 특징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30일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호주 캔버라로 떠난 정해영은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너무 좋았다. 많이 느끼고 배웠다"고 만족감을 나타낸 뒤 "단점을 확실히 알게 되니까 보완해야 할 점, 또 어떤 방식으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던 게 좋았다. 장기적인 운동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확 좋아지는 게 아니다. 스프링캠프와 정규시즌 때도 계속 (프로그램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말로 '꼬임'이 많이 안 돼서 내가 갖고 있는 힘만큼 공을 던지지 못했다. 단점을 듣다 보니까 이제는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티가 나진 않을 것 같은데, 조금씩 바꾸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며 "(드라이브라인에) 오는 선수들의 체격이 다들 크더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KIA의 드라이브라인 파견은 일회성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은 향후에도 젊은 선수들을 파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정해영은 "내가 느꼈던 걸 형들이나 후배들, 또 친구들이 느끼면 좋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서로 경쟁하면서 시너지 효과도 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입단 첫 해였던 2020년부터 KIA 불펜의 한 축을 맡은 정해영은 4년 연속으로 40경기 이상 등판했고,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지난 시즌에는 52경기 59⅓이닝 3승 4패 1홀드 23세이브 평균자책점 2.92의 성적을 올렸다. 9월 이후의 성적만 놓고 보면 15경기 15이닝 2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으로 준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정해영은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1.48에 달할 정도로 잦은 출루 허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피안타율도 0.277로 낮은 편이 아니었다. 결과에 비해 과정이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정해영은 "지난해에는 마지막이 괜찮았는데, 첫 단추를 끼우는 게 좀 아쉬웠다"며 "팀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마지막이 아쉬웠지만, 올 시즌만큼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올겨울 투수 파트에 새로운 코치가 두 명이나 합류했다. 정재훈, 이동걸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두 코치의 지도 속에서 시즌을 준비하게 된 정해영은 "정재훈 코치님은 멘털적인 부분을 신경 써주신다. 특히 안 좋은 시기에 어떻게 멘탈을 관리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셨다"며 "이동걸 코치님과는 내가 불펜 투수다 보니까 투구수 및 컨디션 관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쉴 땐 야구를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셔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정해영의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세이브 개수보다 블론세이브를 줄이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해영은 "지난해 세이브 개수를 목표로 세웠는데, 올핸 블론세이브로 목표를 잡아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세이브를 많이 달성해도 블론세이브 개수가 많으면 그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세이브 상황은 동료들이 만들어주는 것이고, 난 최대한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블론세이브를 최소화해야 팀과 선수 모두 좋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건 기복을 줄이는 것이다. 선수 본인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정해영은 "네 시즌을 치르면서 안 좋은 시기가 언제인지 알고 있는데, 계속 부딪혀도 (극복하는 게) 어렵더라. 이제 5년 차가 된 만큼 앞으로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KIA는 사령탑의 공백 속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지만,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여전히 목표는 5강 그 이상, 더 나아가선 2017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이다.

정해영은 "우리 팀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의 목표가 우승일 거라고 생각한다. 부상 선수 없이 모두가 잘한다면 정상을 향해 차근차근 올라갈 것"이라며 "1차 스프링캠프에서는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서는 실전 감각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1차 스프링캠프 때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계획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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