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씬' '마리텔'... OTT플랫폼 타고 화려하게 부활한다
팬들로부터 후속 시즌 방영 요청이 쇄도했던 JTBC ‘크라임씬’(2014~17)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티빙으로 돌아온다.
‘슈가보이’ 백종원 등을 발굴했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2015~19)은 넷플릭스에서 ‘더 인플루언서’란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처럼 참신한 아이디어로 사랑받았던 옛 인기 예능들이 OTT 투자를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017년 시즌3 이후 7년 만에 돌아온 ‘크라임씬’은 티빙 오리지널 ‘크라임씬 리턴즈’로 다음달 9일 시청자를 찾아간다. 원년 멤버 박지윤을 비롯한 경력직 플레이어 장진·장동민은 새로 합류한 샤이니 키·주현영·아이브 안유진과 새로운 호흡을 보여줄 예정이다.
‘크라임씬’은 추리와 롤플레잉을 결합한 신개념 예능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레전드 회차로 꼽히는 ‘미인대회 살인사건’ 편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9분 남짓한 영상으로 약 230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뉴욕 TV&필름 페스티벌 본상, 아시안 텔레비전 어워즈 최우수상, 휴스턴 국제영상영화제 금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후속 시즌 제작에 어려움이 따랐다. 최고시청률이 1.9%(시즌3, 닐슨코리아)에 불과, 장르 예능 특성상 시청층의 한계에 부딪혔고 제작진 입장에서도 품을 들인 만큼 기대한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마리텔’ 역시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시즌1 때는 TV와 인터넷 방송을 연결하는 신선한 시도로 주목 받았으나, 시즌2부터는 출연자의 영향력에 따라 시청률이 들쑥날쑥 파도를 쳤다. 백종원이 있을 땐 10%를 가뿐히 넘겼던 시청률은 그가 빠지고 난 뒤 5% 이하로 주저앉았다. 마니아층의 반응은 꾸준했으나, 시청률을 끌어올릴 ‘제2의 백종원’을 찾지 못하고 결국 막을 내렸다.
두 프로그램은 시청률로 성과를 따지지 않는 OTT에선 효자 예능이 될 전망이다. 2040 위주인 시청층과 OTT 구독층의 연령대가 비슷한데다, 이미 상당수의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제작 환경이 비교적 자유로운 OTT로 옮기면서 장점을 부각한 연출도 가능해졌다. ‘크라임씬’은 특수분장 등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를 확대했고, ‘더 인플루언서’는 대한민국 유명인 77명 중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1인을 가리는 서바이벌쇼로 발전했다. 5팀이 경쟁한 기존 ‘마리텔’과 비교하면 스케일이 8배 가량 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취향이 뚜렷하고 타깃층이 정해진 이른바 ‘마니아 장르’는 TV에선 힘을 못써도 OTT로 오면 특유의 강점을 살리며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취향으로 보기 때문에 오히려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출진은 그대로다. ‘마리텔’을 기획한 이재석PD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이직해 ‘더 인플루언서’의 메가폰을 잡았다. ‘크라임씬’ 전 시리즈를 연출한 윤현준 PD(스튜디오슬램 대표)는 “쉽지 않은 결정과 작업이었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어 기쁘다. 기다려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제작 단계부터 했던 연출이야말로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과 시청자 설득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기에 마니아층이 중요한 장르 특화 예능에선 필수 존재”라고 부연했다.
두 프로그램 외에도 디즈니플러스에서 독점 공개한 SBS ‘런닝맨’의 스핀오프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tvN에서 쿠팡플레이로 넘어간 ‘SNL 코리아’, 티빙 오리지널로 다시 만난 JTBC ‘마녀사냥’도 같은 연출에 플랫폼만 OTT로 바꾼 형태다. ‘런닝맨’ 전성기를 담당한 임형택 PD는 방송 초창기 몸을 쓰면서 미션을 수행했던 분위기를 고스란히 스핀오프에 담았다. ‘마녀사냥’의 홍인기 PD는 TV 방송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 “소재 측면에서 더 솔직하고 자유로워졌다”고 밝혔다.
과거의 콘텐트라도 인기 요소만 있다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중적 검증을 받은 인기 IP(지적재산권)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란 얘기다. 이성민 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과거 인기 예능들의 부상에 대해 "팬덤을 통해 구독을 유발하고 연계 소비를 확장하는 전략"이라며 "제작비 부담이 덜하고 신작과의 경쟁 요소도 충분한 점이 메리트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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