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벌거숭이 임금님과 이동환 고양시장

정수익 2024. 1. 3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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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동환 시장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벌거벗은 모습을 보는데 정작 자신은 보지 못하는 임금님의 이야기다. 벌거벗은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입은 것으로 착각하는 허영심 가득한 임금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문득 이 동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모두 경기도 고양시민인 10여 명의 참석자들이 누군가를 동화 속 임금님으로 몰아가는 듯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표현방법은 조금씩 달랐지만 내용은 같았다. 현재의 혼란스러운 고양시 상황을 누군가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 누군가는 이동환 고양시장이었다. 참석자들은 너나없이 이 시장에 대한 실망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원망과 반감을 담은 과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굳이 이날 모임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금 고양시는 한참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事實)이다. 동화에서 임금님이 벌거벗고 있는 것이 사실이듯이 말이다. 지역의 어딜 가서 누구를 만나도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은 공무원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시의회와의 갈등상은 민선 8기 들어 영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사 이전과 관련한 시민사회의 혼란상도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잘못된 시 행정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모두가 이 시장에 기인한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뿐인가. 불합리한 인사에서부터 석연찮은 출판기념회까지 이 시장의 처신에 따른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면의 제약 때문에 세세하게 설명할 수 없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신년기자회견 분위기가 이를 잘 알려준다. 이 시장은 이날 자신의 시정계획을 설명하면서 시의회와의 갈등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시의회로 미뤘다. 시청사 백석동 이전 계획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설에 올라 있는 빈번한 해외출장 등에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항변했다. 기자회견장을 나서면서 누군가가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아”라는 뼈있는 말을 뱉었다.

얼마 전 이 시장을 직접 만났다는 한 지인은 대뜸 “씨알도 안 먹히더라”면서 탄식했다. 각계각층 시민들 사이에서 이 시장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는 자신의 고언에 대해 발끈하더라는 것이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이 시장 왈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나”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그러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거대한 벽을 대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고양시에서는 도도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평과 원성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민심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말이다. ‘도도하다’는 표현은 막힘없이 기운차게 흘러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쓰는 형용사다.

이동환 시장 주민소환단이 지난해 10월 고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고양시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이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시도가 있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2개월 동안 무려 11만7967명이 서명, 전체 유권자의 15%인 13만7075명에서 1만9108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단지나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홍보가 허용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몰랐다. 그런데 지금의 분위기는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시민들 사이에 이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풍문이 비할 바 없이 넓게 번져 있다. 거기다 지난해 주민소환을 주도했던 이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당시 주민소환단은 “민심의 분노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결연히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었다.

기자는 지난해 8월 ‘이동환 고양시장님, 통촉하소서’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 시장의 획기적인 변화를 호소했었다. 이 시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고양시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칼럼은 허공의 메아리였다.

이 시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고집불통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평가다. 이 시장이 부리는 것은 고집이 아니라 아집이기 때문이다. 아집은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해 타인의 입장이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을 뜻한다. 교만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배타적이라는 함의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시장에게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한자성어를 소개하고 싶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으므로 물처럼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뜻에서 물처럼 다투지 않고 유연하며 낮은 곳에 머물러 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은 한 꼬마의 “임금님이 벌거벗었어요!”라는 외침에 백성들이 폭소를 터뜨리고 임금님은 체통 때문에 행진을 감행하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교훈적인 측면에서 마무리 부분에 내용을 조금 추가하고 싶다. 임금님이 깨달음을 얻어서 솔직한 꼬마를 칭찬하며 훌륭한 임금님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시장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시장 취임 후 1년 6개월여가 지났다. 이제는 고양시가 정상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 시장의 환골탈태를 기대하며 다시 한 번 통촉해 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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