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북풍' 꺼내며 尹정권 강력 비판…현안에는 '침묵'

장희준 2024. 1. 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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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신년 기자회견 열어
"정략적 이익 위한 전쟁게임 당장 중단하라"
기본소득 후속작 '출생기본소득' 대안 제시
선거제 개편·공천 갈등 등은 입장 안밝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메시지를 통해 윤석열 정권을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북풍 사건'을 비롯해 다소 진영적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소재까지 동원하며 총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선거제 개편'이나 계파 간 '공천 갈등' 등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침묵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3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독단과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세계의 주목을 받던 대한민국 경제가 추락 중이고, 때아닌 전쟁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총선을 '대한민국이 잃어버린 비전을 되찾는 날'로 규정하며 "국민이 기대고 응원했던 민주당으로 일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대표는 최근 북한이 감행한 일련의 도발에 대해 "남북관계가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국민이 전쟁을 걱정하는 이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때 밝힌 '담대한 구상'은 결국 온 국민의 머리 위에 놓인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북풍 사건', '총풍 사건' 등을 거론하며 "정략적 이익을 위해 국민 생명을 담보로 전쟁 게임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민생경제 등 국가적 현안과 함께 '민주주의 위기'를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인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전날 이태원특별법까지, 취임 이래 9개의 법안에 대해 잇따라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금의 국정기조가 유지된다면 법과 제도는 소수 특권층을 위한 지배도구가 될 것"이라며 "과거사, 오염수 유출에 완전한 면죄부를 받은 일본이 '독도를 내놓으라'며 겁박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저출생 문제를 두고서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자신의 상징적 정책으로 자리 잡은 '기본소득'과 연계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출생기본소득'과 여야정 및 산학연을 아우르는 '범국민 저출생 대화기구' 등을 통해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 일체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보편지원책까지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신년 메시지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론을 띄워, 총선에서의 민주당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선거제 개편 등 현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당내 혼란을 수습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그간 지도부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사법 리스크' 현실화로 거취 압박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 등 여러 셈법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최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소수 정당 의석을 보전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필요성'을 거듭 언급하면서,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를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소속 의원 절반가량이 병립형 회귀에 반발하고 있어,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따라 계파 간 파열음이 커지면서, 이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혁신계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탈당한 이후로도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비명계 현역 지역구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친명 대 비명' 갈등 구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명계 인사들이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 출신에 대한 총선 불출마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친명 대 친문' 갈등까지 불거졌다.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이 요원한 것을 두고 연쇄 탈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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