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강연’이라더니 상조 홍보만 1시간? … 뿔난 여성들 “속은 기분”
“무료 강연이라 해서 기대하며 갔는데 상조 회사 상품 홍보만 잔뜩 들었다.”
최근 유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초청 무료 강연에 참석한 A 씨가 강연 당일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경남 창원에 사는 A 씨는 지인인 B 씨와 함께 모 업체가 마련한 무료 강연에 갔다가 몹시 실망했다고 전했다.
A 씨 등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전국을 다니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무료 강연과 문화강좌 등을 여는 곳이다.
A 씨는 주최 업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강연 후기와 높은 만족도를 보고 B 씨와 함께 강연을 신청했다.
‘후원사 홍보 시간이 포함된 강연’이란 안내 글이 있었으나 아무리 홍보를 해도 강연 시간보다는 적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강연 당일 두 사람은 강연을 포기하고 강연장을 빠져나왔다.
오전 10시 2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진행된다던 강연이 12시가 지나도록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쿠폰 등을 준다며 호응을 유도한 오락 시간(레크리에이션)에 이어 후원사인 상조회사 홍보만 정오를 넘기고도 계속됐을 뿐이었다.
A 씨와 B 씨는 영상과 자료 화면을 동원한 홍보가 끝나지 않는 데다 입장 시 나눠준 볼펜으로 상조 가입서를 작성하라는 말에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A 씨는 “아무리 무료 강연이라지만 어떻게 3시간 중 2시간이 다 되도록 시작조차 안 할 수 있냐”며 “가입 시 각종 장례서비스를 받고 크루즈 여행을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러 여기 온 줄 아냐.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며 토로했다.
“바로 주최 측에 항의했지만 제대로 듣지도 않고 강연장에서 자꾸 떨어지게만 하더라”며 “한참 항의하던 중에 강연하기로 한 원장이 도착했는데 이런 행위에 동원될 정도라 생각하니 그 사람의 가치까지도 없어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B 씨는 “평소 정신건강과 심리에 관심이 많아 강연을 신청했는데 너무너무 실망하고 불쾌했다”며 “특판이랍시고 할인을 강조하며 계속 가입하라 하는데 이 정도면 무료 강연을 미끼로 한 상술이자 기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뒤로도 여러 명이 줄지어 강연장을 나왔다”며 “부모님의 마지막을 생각하게 하는 영상을 틀며 눈물 나게 하더니 결국은 가입서를 내미는데 기분이 너무 나빴다. 우리가 강연을 들으러 갔지 상조 회사 홍보관에 간 줄 아냐”라고도 했다.
두 사람은 “후원사 홍보가 포함된 강연이라 해도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애초에 홍보 시간이 몇 시간 정도 있다고 했으면 미리 고려해서 강연 참석 여부를 결정할 텐데, 홍보가 포함됐다고만 하는 건 속이는 것 아니냐”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만 불만을 제기하면 우리가 잘못 생각했다고 여기겠는데 우리 뒤에 나온 사람들도 그랬고, 맘카페나 블로그 등에 같은 불만을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라며 “기껏 강연자 섭외하고 무료 강연 힘들게 준비해서는 후원사 홍보 시간 때문에 항의받는 상황을 개선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보통 레크리에이션 1시간, 후원사 홍보 1시간, 강연 1시간 30분가량으로 진행되나 참석자의 이해도나 질문 여부에 따라 후원사 홍보 시간 등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분위기나 강연자가 이용하는 교통수단 상황 등 여러 변수가 있어 구체적 시간 구성은 안내하기 힘들다”며 “시간을 대략 명시해도 왜 그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냐고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어 시작과 종료 시간만 알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간 구성을 홈페이지나 메시지에 공개하지는 않지만 문의하는 사람에겐 안내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후원사 홍보 시간이 포함된 무료 강연이라고 미리 안내했으며 후원사에서 당일 참석자를 위한 특판 상품 가입을 홍보하는 걸로 안다”라며 “홍보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만족한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후원사 지원을 받아 무료 제공되는 강연이다 보니 후원사 홍보 시간이 들어있긴 하지만 상품 판매를 위해 강연을 여는 것은 아니다”며 “홍보 시간을 조정하거나 대략적 시간 구성을 미리 알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사와 후원사, 직원들과 논의를 거쳐 개선되게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비록 무료 강연이지만 유료 강연에 못지않은 내용과 수준을 유지하려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귀한 시간을 내서 강연장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길어진 후원사 홍보에 마음이 상했을 참석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본지 취재 다음 날 “해당 내용을 정리해 상부에 보고했고 후원사와도 협의해 홍보 시간에 대한 부분은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는 주최 관계자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관계자는 “진행하다 보면 또 다른 불편 사항이 생길 수 있겠지만 그 역시 우리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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