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출시 후 종료되는 게임들…“실적 한파 영향”

유채리 2024. 1. 3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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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가능성 낮은 게임들, 사전 출시 단계서 종료
두 달 만에 종료하기도…MS도 구조조정
게티이미지뱅크

사전 출시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지 않는 게임의 서비스 종료까지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엔데믹으로 전환 이후 게임업계에 찾아든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5일 넥슨은 ‘워헤이븐’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글을 올렸다. 워헤이븐은 중세시대를 콘셉트로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온라인 팀 대전 액션 게임이다. 넥슨의 서비스 종료 발표는 지난해 9월21일 사전 출시한 지 4개월 만이다.

불과 1주일 전인 1월18일에 신규 맵 업데이트 기념 이벤트 매치를 공지하기도 했던 만큼 갑작스러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용자들은 “섭종(서버 종료)한다는 게 사실?”, “즐겁게 했는데 갑자기 종료라니 결말이 참”이라는 식의 반응을 남겼다.

앞서 넥슨의 3인칭 슈팅게임 ‘베일드 엑스퍼트’도 사전 출시된 지 7개월 만에 운영을 종료한다는 글이 공지됐다. 지난해 5월19일 출시된 이후 게임성에 대한 지적과 부족한 이용자 수로 인한 매칭 지연 등이 문제로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다른 게임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데브시스터즈의 ‘데드사이드클럽’은 출시 5개월 만에, 이후 콘솔로 재출시한 ‘사이드불릿’은 사전 출시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넷마블 하이프스쿼드나 라인게임즈의 퀀텀 나이츠는 출시 전 최종 테스트 단계에서 개발이 중단됐다.

사전 출시한 후 서비스를 운영하던 기간이 최소 1년 정도 되던 것과 달라진 분위기다. 펄어비스의 경우, 지난 2020년 5월 스팀(STEAM)에 사전 출시한 ‘섀도우 아레나’를 2년 3개월 정도 유지하다 서비스를 종료했다. 사전 출시 단계를 지나 정식으로 출시한 라리안 스튜디오는 사전 출시 기간만 3년여를 유지했다. 라리안 스튜디오의 ‘발더스 게이트3’는 2020년 10월6일 사전 출시 된 후, 지난해 8월3일에서야 정식 발매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AP.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코로나 특수가 끝난 후 찾아온 실적 한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게임 대장주인 ‘3N’ 중 넷마블은 지난해 3분기 2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데브시스터즈와 카카오게임즈 등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사들 상황이 좋지 않아 경영진이 빠른 결단을 내리고 있는 듯하다”며 “코로나 때나 그 이전에는 어느 정도 기간을 길게 잡고 콘텐츠 보강이나 서비스 개선 등 전략을 길게 가져갔다면 이제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넥슨의 경우, 꾸준히 실적 상승세를 그려오고 있으나 집중해야 할 사안이 많아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의견도 있다. ‘퍼스트 디센던트’, ‘마비노기 모바일’, ‘데이브 더 다이브’ 신규 DLC 출시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 등 꾸준히 관리해야 할 요인들도 여전하다. 김 교수는 “넥슨은 게이머들과 대립하기 보다는 신뢰를 다시 쌓는 게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출시를 기획하고 있는 게임들이 많다보니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전 출시 단계에서 게임을 종료하는 경우가 이전에도 있었다. 사전 출시가 CBT(Close Beta Test·비공개 사전 테스트) 역할을 하며 출시 가늠자 역할도 겸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저 반응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정해 출시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회사마다 사전 출시 단계의 게임이 받아 든 피드백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실적 한파로 인한 프로젝트 중단 사례가 눈에 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3개월 만에 주력 프로젝트인 ‘오디세이’ 개발을 취소했다. 앤드루 레이놀즈 블리자드 대변인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한 일환으로 게임 개발이 종료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전 출시 단계에서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임에 소비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는 “기업에서도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기대와 지지를 보내준 소비자 입장에서도 좀 더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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