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이어진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도전
선사 시대부터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문화를 담은 작품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문화재청은 지난 30일 울산 울주군 반구천 일원의 암각화에 대한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 각석(刻石·글자나 무늬를 새긴 돌)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이다.
1970년대 초 발견된 천전리 각석은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년) 시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남아있어 6세기 무렵 사회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문화재청은 바위에 새겨진 그림과 글 모두의 중요성을 고려해 국보 지정 명칭을 ‘울주 천전리 각석’에서 ‘울주 천전리 명문(銘文)과 암각화’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최근 예고하기도 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의 높이 4m, 너비 10m 크기 면에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어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 고래와 고래잡이 과정의 주요 단계를 새긴 부분은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워 문화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재청은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미적 표현과 문화의 변화를 집약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 과정의 주요 단계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담아낸 최고의 작품으로 여겨지며, 이외에도 한반도 연안에 살았던 사람들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높은 수준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약 6000년 동안 지속된 다양한 시대의 그림과 문자는 당대의 암각 제작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강조했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가야고분군(2023년 9월 17일 등재)에 이어 한국의 17번째(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린다.
반구천의 암각화 등재 신청서는 올해 3월부터 2025년까지 세계유산 등재 심의와 보존 관리·평가 등을 담당하는 심사 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평가를 받는다.
등재 심의 대상에 오르면 2025년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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