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혹독한 겨울나기…美VC 미집행 투자금 3000억달러 첫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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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VC)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유치한 자금의 미집행 규모가 역대 최고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기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자금 조달로 미 VC 업계는 투자자로부터 435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스타트업 투자금을 유치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입어 스타트업 투자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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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달러 돌파는 이번이 처음
고금리 지속에 고위험 투자 비선호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VC)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유치한 자금의 미집행 규모가 역대 최고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스타트업 경영 사정이 좋지 않자 현금 보유를 통해 수익률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영난 속에 투자까지 받지 못하면서 벤처기업들이 자금 부족에 허덕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31일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 VC 업계의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 규모는 3110억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드라이 파우더는 VC 등이 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금 중 미집행 자금을 뜻한다. 미국 VC 업계의 드라이 파우더가 3000억달러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유행기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자금 조달로 미 VC 업계는 투자자로부터 435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스타트업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실제 절반만 스타트업 투자에 집행되고 나머지는 드라이 파우더가 됐다는 설명이다.
미 VC가 지원한 스타트업 인수 건수는 정점이었던 2021년 1311건에서 지난해 698건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스타트업 가치까지 낮게 책정되면서 이들의 총 가치평가는 같은 기간 1031억달러에서 267억달러로 급감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고위험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한 여파다.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는 것보다 차라리 현금을 들고 있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신생 기업) 등장이 줄어든 결과로 이어졌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225개의 유니콘이 나왔는데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유니콘 등장 개수다. 이 중 44%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주요 빅테크의 투자를 받은 관련 회사가 차지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한파가 얼마나 심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한때 유니콘으로 떠올랐던 트럭운송 스타트업 콘보이, 온라인 이벤트 플랫폼 스타트업인 호핀은 지난해 헐값에 매각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입어 스타트업 투자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코로나19가 낳은 초저금리 시대 때처럼 활기를 띠기는 어려울 거란 목소리도 제기된다. 스타트업 지분 투자가 주요 출자자인 LP(limited partner·유한책임투자자)에게 예전만큼 큰 수익성을 가져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 VC가 LP에 재분배한 자금은 210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2021년 지급한 총액(1410억달러)의 15% 정도다. 예전만큼 VC에 자금이 몰리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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