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만난 '코리안 드림'의 형제

강재규 2024. 1. 3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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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떠난 안나푸르나 트레킹] 이주노동자 시절 한국 사장님과의 특별한 인연

지난 2023년 12월 22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9박 10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합니다. <기자말>

[강재규 기자]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올 새해 첫날까지 9박 11일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해 방문했던 네팔 카트만두에서, 우리 일행이 첫날과 마지막 날 묵었던 호텔 타멜 파크(Hotel Thamel Park)에 관한 이야기다.

이 호텔은 네팔 카트만두 타멜 제이빌 여행사 홈 나트(Hom Nath Bhattarai) 사장의 형님(Lal Prasad Bhattarai, 56세)이 운영하고 있고, 동생인 홈 나트 사장은 호텔 바로 옆 건물에 여행사를 설립하여 서로 상부상조하고 있었다.
 
▲ 제이빌 홈 나트 여행사 사장의 형님이 경영하는 카트만두 '호텔 타멜 파크' 타멜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 강재규
   
▲ 카트만두 호텔 타멜 파크 호텔 타멜 파크는 A블록, B블록, C블록으로 이뤄져 있다.
ⓒ 강재규
   
▲ 카트만두 호텔 타멜 파크 호텔이 A블록, B블록, C블록 등 군을 이루고 있다.
ⓒ 강재규
 
두 형제는 한국에서 약 8년간 외국인 노동자로 입국해 돈을 벌어 고국인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호텔업과 여행사를 운영해 크게 성공했다. 이른바 코리안 드림을 실현한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이들은 형제애도 유별나서 손녀까지 보았지만 지금도 두 가족이 같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제이빌 홈 나트 사장의 말로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형님이 부모님 역할을 했다며 형님이 자신에게는 부모님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같은 동양인이라 정서가 비슷한 탓인지, 형님을 부모와 맞잡이로 생각한 우리네 60~70년대 정서 그대로였다. 홈 나트 사장(1970년생, 54세)은 부인과 아들 둘 그리고 며느리와 손녀 1명을 둔 가장이라고 했다.

홈 나트 사장의 형님은 1989년에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1996년 다시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왔고, 형님의 초청으로 홈 나트 사장은 1998년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형님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 산업연수생으로 일을 하였고, 좋은 한국 사장님(세탁 사업)을 만나 한국 생활이 무척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한국에서 했던 세탁 사업이 어떻겠느냐는 사장님의 제안에 인도로 넘어가 직접 세탁 기계도 알아보고 했으나, 하루에 10시간 이상 정전이 되는 네팔의 전기 문제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사장님의 조언으로 현재의 관광 관련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한다.

사업 자금은 한국에서 번 돈을 고향인 룸비니(부처님의 탄생지) 쪽에 땅을 구입해 두었는데, 그 주위에 도로가 뚫리는 등 인근 지역의 개발 효과로 땅값이 무려 100~150배로 뛰었다고 한다. 또한 어려울 때 한국 사장님이 사무실 임대료와 1명 직원의 월급을 줄 수 있는 비용으로 한 달에 600달러씩 송금해 줘 지금의 사업체를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형님은 호텔업으로, 동생은 여행사로 사업체를 꾸려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제이빌 여행사 홈 나트 사장은 한국에 오기 전 8년간 네팔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고 한다. 두 형제는 영리하고 사업의 수완도 뛰어난 것 같았다.

그러한 예로 소규모 수력발전소를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기에는 수익이 1단위(unit)당 4.8루피, 건기에는 1단위당 8.4루피라고 한다. 오히려 건기에 발전량이 더 안정되고 많아서 사업성이 훨씬 뛰어나다고 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자신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선한 한국 사장님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사업을 접었다는 것이다. 자신들 역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사업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자신들이 한국 사장님을 도와야 할 차례라며 사장님이 네팔에서 호텔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체불이나 비인격적인 대우로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기사를 접하기도 하지만, 한국의 대다수 사장님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하고, 선량한 도움까지 베풀어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 사장님과 홈 나트 형제의 국경을 넘는 우정과 사랑이 활짝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격언, 은혜를 은혜로 갚는 아름다운 모습을 전해 듣고는, 이번 트레킹을 통해 얻은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답고 멋진 수확이란 생각이 들어 입가에 번지는 흐뭇한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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