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총책 보이스피싱 '금도끼' 일당…잡고보니 모두 韓90년대생

조선족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로 건당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돈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인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10명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모두 '90년대생' 젊은이들이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재은 판사는 최근 범죄단체가입 및 활동, 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28) 등 10명에게 각각의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1년~1년 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8~2020년 사이 중국, 태국 등 해외를 오가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일명 '금도끼' 또는 '아리랑'으로 불렸던 조선족 남모씨를 총책으로 한 이들 보이스피싱 조직 일당은 중국 청도·대련·장가계, 태국 치앙마이 등지에 보이스피싱 사무실, 숙소를 설치하고 한국인 조직원을 모집해 범죄를 지시하고 실행시켰다.

범행 당시 모두 20대였던 한국인 조직원들은 각자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중국이나 태국 현지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질렀다. 가장 어린 피고인은 1998년생으로 26세의 나이에 징역을 살게 됐다. 실제 범행을 저질렀던 당시에는 겨우 20살이었다.

'금도끼' 남씨 일당은 신규 한국인 조직원이 모집되면 항공권을 제공해 해외로 불러들였다. 이후 범행 시나리오가 적힌 대본을 제공해 검사, 검찰수사관, 대출회사 직원 등을 사칭하는 흔한 수법으로 범행에 투입했다. 한국의 은행 근무시간과 동일한 시간대에 범행하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의 보이스피싱에 속아 송금한 피해자들은 건당 수천만원의 돈을 뜯긴 것으로 파악됐다. 피고인별로 편취한 금액의 총액이 많게는 3억8400만원에 달했다.

김 판사는 "피해자들 상당수에 대해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보이스피싱 범죄는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해 그 사회적 폐해가 매우 커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피고인들은 범행을 자백한 점, 피고인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핵심적인 지위나 역할을 담당한 것은 아닌 점, 각 범행을 통해 피고인들이 얻은 이익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공범들과 함께 피해자로부터 범죄단체(남씨 일당)가 미리 마련한 대포통장으로 송금받는 행위는 범죄수익을 발생시키는 당해 범죄행위 그 자체에 불과해 범죄수익의 취득 등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