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행 드라마 찍은 클린스만호, 체력 회복-카드 관리 숙제
[심재철 기자]
조규성이 넣은 기적의 동점골과 승부차기를 빛낸 조현우의 눈부신 선방의 여운이 꽤 오래 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이 기분에 취할 겨를이 별로 없다. 16강 게임 순서는 여섯 번째로 준비할 시간이 넉넉했지만 8강 게임은 곧바로 이틀 뒤 두 번째 순서로 다가온 것이다.
상대 팀 호주가 우리 선수들보다 2일도 모자라 4시간 이상을 더 쉬고 준비하는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핵심 선수들 10명은 옐로 카드 트러블에 걸려 호주와의 게임에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임해야 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16강 연장을 뛰는 설영우 등 근육 피로를 호소하며 얼굴을 찡그린 선수들이 여럿이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31일(수) 오전 1시 카타르 알 라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16강 토너먼트에서 F조 1위 사우디 아라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4-2로 물리치고 8강에 올라 다음 달 3일 오전 0시 30분 호주를 만나게 됐다.
후반 추가시간 8분 31초, 조규성의 극장 동점골
4만2389명의 엄청난 관중들이 16강 여섯 번째 게임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런데 그들 중 대부분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응원하는 초록 응원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은 까다로운 어웨이 게임을 뛰는 것처럼 어려움을 겪었다.
피치 위에서는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사우디 아라비아 필드 플레이어들이 촘촘한 압박 수비를 펼치며 우리 선수들이 즐겨 쓰는 패스 플레이를 세 차례 이상 이어가지 못하도록 괴롭혔다.
후반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먼저 1골을 내줬으니 후반전 추가 시간에 도달하기까지 조급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이 첫 골은 우리에게 운도 따르지 않은 것이었다. 주장 살렘 알 도사리가 터치한 공이 앞으로 굴러 나가는 바람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기막한 어시스트 패스가 된 것이다. 이 공을 잡은 압둘라 라디프의 왼발 대각선 골은 우리 수비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한국 벤치에서는 황희찬(54분), 조규성(64분) 등 간절한 마음을 담은 교체 카드를 내밀었다. 86분에 왼쪽 끝줄 앞으로 파고든 황희찬이 내준 컷 백 크로스를 황인범이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연결한 순간이 가장 골에 근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사우디 아라비아 알 카사르 골키퍼는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골 라인 바로 위에서 그 공을 발로 막아냈다.
후반전 추가 시간 10분이 표시되고 3분 가까이 흘렀을 때 이강인이 왼쪽 끝줄 앞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교체 선수 조규성이 헤더로 연결한 것은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우리 선수들은 추가시간 8분 31초에 믿기 힘든 기적의 동점골을 뽑아냈다. 오른쪽 윙백 김태환이 왼발로 감아올린 긴 크로스를 왼쪽 윙백 설영우가 헤더로 넘겨주었고 조규성이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마로 정확하게 넣은 것이다. 수비형 윙백이 아니라 공격형 윙백을 배치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연장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역전골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었지만 사우디 아라비아 알 카사르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98분에 이강인의 오른쪽 코너킥을 받은 김민재의 돌고래 헤더슛과 115분에 황희찬의 컷 백 크로스를 받은 이강인의 왼발슛이 너무나 아까운 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가온 승부차기에서는 최후의 보루 조현우가 눈부신 선방 능력을 연거푸 자랑하며 제2의 영웅이 됐다. 사우디 아라비아 3번 키커 알 나지의 오른발 슛과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오른발 슛을 모두 자기 오른쪽으로 몸날려 기막히게 막아낸 것이다. 그 사이 우리 키커 네 명(손흥민, 김영권, 조규성, 황희찬)은 한 점의 실수도 없이 모두 성공시켜 다섯 번째 키커의 실체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4-2로 게임을 끝냈다.
이렇게 믿기 힘든 축구 드라마를 쓴 우리 선수들은 겨우 이틀 정도만 쉬고 2월 3일(토) 오전 0시 30분에 알 와크라에 있는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우리보다 2일+4시간 30분 먼저 16강 게임을 4-0으로 여유있게 끝내고 준비한 호주를 만나게 된다.
30분이 넘는 연장전도 모자라 승부차기까지 치르느라 근육 경련을 겪고 심리적 압박을 받은 선수들을 포함하여 잔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로 남았다.
그런데 이런 핸디캡도 모자라 우리 핵심 선수들은 경고를 받지 말아야 하는 조심스러운 게임 태도를 취해야 한다. 지금까지 10명이나 되는 많은 선수가 옐로 카드 1장씩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수비수 '김영권-김민재', 미드필더 '이재성-황인범-이강인-박용우', 공격수 '손흥민-조규성'에 이르기까지 핵심 선발 멤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호주 선수들은 지금까지 6명이 옐로 카드를 받았는데, 수비수 해리 수타, 미드필더 아이덴 오닐과 라일리 맥그리, 공격수 브루노 포르나롤리 4명 정도가 핵심 선수라고 할 수 있다.
2023 AFC 아시안컵 16강 결과
(1월 31일 오전 1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 알 라얀)
★ 한국 1-1(PSO 4-2) 사우디 아라비아 [골-도움 기록 : 조규성(90+8분31초,도움-설영우) / 압둘라 라디프(46분,도움-살렘 알 도사리)]
◇ 한국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정우영(54분↔황희찬), 손흥민, 이강인
MF : 설영우, 황인범(104분↔홍현석), 이재성(64분↔조규성), 김태환
DF : 김영권, 김민재(117분↔박진섭), 정승현(64분↔박용우)
GK : 조현우
◇ 8강 토너먼트 일정
☆ 한국 - 호주 (2월 3일 오전 0시 30분, 알 자누브 스타디움-알 와크라)
☆ 타지키스탄 - 요르단 (2월 2일 오후 8시 30분,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알 라얀)
☆ 이란v시리아 승리 팀 - 일본v바레인 승리 팀(2월 3일 오후 8시 30분,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알 라얀)
☆ 카타르 - 우즈베키스탄 (2월 4일 오전 0시 30분, 알 바이트 스타디움 - 알 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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