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골든타임 놓친다" vs "제2 최정우일 뿐"…포스코 회장후보 '내·외부자' 논쟁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을 선임하기 위한 후보 선정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내부자와 외부자’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포스코 내부에선 철강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는 반면,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선 외부 출신이 선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 쟁점은 다음 달로 예정된 후보들의 면접에서도 뜨거운 화두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31일 8차 회의를 열고 내부 5명, 외부 7명 후보자들을 5명 내외로 추린다. 내부 출신으로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이, 외부에선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주요 후보로 꼽힌다.
내부자, 탄소중립 변화 속 철강전문가 큰 역할…빠른 조직 안정화
내부자가 최종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로는 포스코그룹이 여전히 철강 중심이라는 점이 가장 큰 설득력을 갖는다. 작년 3분기 연결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1조1960억원이다. 이 가운데 철강 부문 이익은 8530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71.3%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세계 철강업계는 경기 침체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철강기업들은 전례 없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조강생산량 세계 4위(4437만t) 일본제철은 미국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은 US스틸(1449만t)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업체인 중국 바오우철강그룹(1억31만t)은 7위인 산둥철강그룹(2940만t)과 합병을 통해 대형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7위에 그친 포스코그룹(3214만t)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중국 자동차강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오는 5월 중국 하북강철과 합작사 ‘하강포항’의 2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지업체들과 한판 경쟁을 준비해야 시점이다. 국내 시장도 중국과 일본 등에서 저렴한 수입품이 들어오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을 모르는 사람이 오게 되면 현장에서 많은 소외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며 "아직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는 노동조합도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의 탄소중립 역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국내 철강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포스코는 지난 26일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열었다. 탄소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의 성패가 향후 몇 년 내 판가름난다. 철강을 모르는 사람이 오면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부 출신은 빠르게 조직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후보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이사회의 ‘초호화 출장’ 논란뿐만 아니라 최정우 회장 체제, 소위 ‘최정우 라인’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 갈등을 수습하고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역할은 아무래도 내부인이 낫다는 얘기다.
외부 경영자 출신, 다양한 산업 식견·리더십 강점…지역사회 갈등 해소 결정적 역할
반면 변화를 위해선 외부인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2022년 포스코그룹은 임직원들에게 "포스코그룹은 국민기업이 아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지주체제 출범을 계기로 민간기업으로 재탄생을 선언했지만, 대일청구권자금에서 시작된 반세기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조선이나 자동차, 건설 등 전방 업종에서 포스코가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는 불만이 나온 것도 이때다.
내부 출신이 새 회장에 오르면 이런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외부 출신이어야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 거론되는 포스코 내부 후보자들은 결국 현 최정우 체제에 있던 사람"이라면서 "제2 최정우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포스코그룹이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외부 출신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니켈 등 이차전지 원자재와 소재는 물론, 에너지 사업과 수소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사업으로 사업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산업군과 협력해야 하는 일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여러 경험을 쌓으며 산업 생태계에 이해가 높은 외부 경영자의 식견과 리더십이 강점이 될 수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역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항시민들은 지난해 포스코가 지주사를 서울에 설립하기로 하자 최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임종백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내부 출신이 된다면 최정우 회장의 경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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