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죠, 배터리]올해 양극재 '역성장' 기로…"t당 4.1만달러 방어선"
판가 하락에 '역성장' 우려
편집자주 - '보죠, 배터리'는 차세대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을 들여다보는 연재물입니다. 배터리 제조 생태계를 차지하려는 전 세계 정부·기업의 기민한 움직임과 전략, 갈등 관계를 살펴봅니다. 더 안전하고, 더 멀리 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기술 경쟁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독자, 투자자들의 곁에서 배터리 산업의 이해를 보태고 돕는 '보조' 기능을 하려고 합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터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전기차 수요와 함께 성장한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 증가 폭은 크지 않은 데 비해 판가 하락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재 업계 매출이 줄어드는 건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3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수출 가이던스(전망치)를 12만t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수출량 10만7000t에 비해 1만3000t, 12.1% 증가했지만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면서 매출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의 평균 수출 가격은 t당 4만6484달러(약 6212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의 수출량 10만7000t을 감안하면,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와 같은 매출 규모(수출 기준)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올해 양극재 가격이 t당 4만1448달러(약 5539만원)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수출 가격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양극재 수출 가격은 t당 5만달러(약 6682만원)를 웃돌다, 전기차 수요 감소가 뚜렷해진 하반기부터는 떨어졌다. 이달 20일 기준 평균 가격은 3만4625달러(약 4627만원)까지 하락했다. 수출량을 의미하는 수출중량 역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8월엔 2만6000t 이상 수출됐지만 지난달에는 1만3964t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올해 1월 수출량은 1만6416t(추정)으로 소폭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양극재 판가가 현재 추세를 유지한다면 기업들은 올해 유례없는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역성장은 국내 양극재 ‘빅3’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LG화학·포스코퓨처엠이 모두 최근 6~8년간 성장 가도를 달렸다는 점에서 더욱 쓰라리다. LG화학 첨단소재 부문은 2016년 10월 GS이엠의 양극재 사업을 인수한 이후 연간 매출이 감소한 적이 없고 에코프로비엠도 2016년 에코프로와의 물적 분할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었다.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 사업을 하던 포스코EMS를 합병한 2018년 이후 한번도 매출이 줄어들지 않았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까지 양극재 판가 하락과 수출량 저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극재는 리튬 등 원재료 가격과 3~4개월의 시차를 보이는데, 원재료 가격은 지난해 9월 이후부터 계속 떨어졌다. 리튬은 2022년 11월 t당 58만1000위안(약 1억797만원)을 기록한 이후 현재 t당 8만6500위안(약 1607만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전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배터리 가격의 바로미터가 되는 전기차 수요 회복이 관건이다. 올해 출시되는 신차 대부분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혹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와 불황 여파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배터리 판가와 매출 규모가 줄어든 것인데 금리 인하와 경기 회복이 이뤄진다면 배터리 업황의 반전도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전기차 침투율이 16%를 넘어서면서 '캐즘(성장산업의 일시적 정체)'을 겪고 있는 유럽 시장보다 본격적인 전기차 판매가 이뤄지는 북미 시장 공략이 역성장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는 중국발 배터리 과잉생산 여파로 인해 배터리·소재의 판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안정적인 판매처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장기 공급 계약을 맺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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