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해야 하는 공익법인…삼성장학재단도 삼성전자 주식 살 수 있어야"

김형민 2024. 1. 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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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법제연구' 최승재 세종대 교수
"법인 지속가능성 위해 규제 완화해야"
규제 풀리면 재원 마련 용이해져
"부정 이용은 감시와 사후 규제로 막아야"

2021년 4월,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발표한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 사회 환원 계획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최선보다는 차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평가의 배경 중 하나는 유산의 대다수를 삼성그룹 소속 공익법인들에 출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총 3조원 규모인 ‘이건희 컬렉션’ 미술품 대다수는 리움미술관이나 호암미술관이 아닌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 것이 대표적이다. 발표 전까지 재계에서는 유산이 공익법인에 출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이는 일가 내부에서 유산을 지키면서 사회 환원 목적을 달성하고, 상속세 감면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일가가 다른 선택을 한 건 출연 시 공익법인에 따를 각종 규제, 공익법인 출연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공익법인에 적용 중인 법적 규제 주요 내용. 그래픽=문지원

한국경제인협회 의뢰를 받아 ‘공익법인 법제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변호사)는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도한 규제로 기업이 공익법인 선택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공익법인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법의 규제로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최근 상속세 부담으로 지분을 매각한 삼성, LG 등 대기업 오너들의 문제를 해소해 줄 대안으로서 공익법인의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립 시에 사회적 인센티브가 부족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담겨 있다. 최 교수는 "좋은 목적으로 장학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했는데, 세금으로 50억원을 가져가면 누구도 다신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익법인에 대한 법적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법인의 지속 가능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법적 규제가 풀리면 공익법인들이 공익 활동에 쓰일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용이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 오랜 기간 사회공헌 활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익법인들이 지속해서 사회공헌에 나서면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기부 문화도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현행법에서 공익법인 규제는 크게 의결권 제한과 높은 세율 등 두 가지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전체 주식의 10% 이상(의결권 미행사 규정 시 20% 이상)을 주식 취득의 형태로 출연받으면 초과분에 증여세를 부과하는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면세 적용 한도가 5%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이 좋은 목적으로 공익법인에 출연하려 해도 증여세가 부담돼 5~20%까지밖에 출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변호사). 사진=최승재 교수 제공

최 교수는 규제가 완화된 뒤 공익법인의 수익 사업을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삼성장학재단이 재원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삼성전자 주식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같은 계열사 주식을 샀다고 해서 나쁘게 보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건 너무 타이트한 규제"라고 덧붙였다.

다만 같은 계열사 주식 매입과 함께 공익법인이 부정하게 이용됐을 때 이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병원이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공익법인이 지분을 매입하도록 활용하거나 장학법인을 만들고는 오너 자식들에게 장학금을 몰아주는 일은 당연히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며 "공익법인의 부정 이용은 세금을 물리는 등의 사전 압박보단 면밀한 감시체계와 사후적인 행위 규제를 통해 막아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끝으로 "공익법인에 대한 논의, 토론이 그간 부족했다.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논의의 장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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