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깅페이스 손잡은 구글 ‘열린 AI 생태계’ 승부수

최유리 2024. 1. 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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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200만명 개발자 소속
AI 모델 공유 플랫폼과 협업
개방 진영까지 파트너사로
‘폐쇄’오픈AI·MS에 도전장
생성형 AI 생태계 선점 포석

구글이 개방형 인공지능(AI) 진영의 대표주자인 허깅페이스와 협업에 나섰다. 그간 AI 모델을 공개하지 않던 구글이 반대 진영인 허깅페이스와 손잡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를 끌어안아 만든 AI ‘폐쇄 생태계’에 구글이 ‘열린 생태계’로 맞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31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 클라우드는 허깅페이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허깅페이스는 전 세계 200만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AI 모델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양사 협업으로 개발자는 구글 클라우드의 컴퓨팅 서비스인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의 5세대 모델 ‘TPU v5e’, 그래픽 처리 장치(GPU) 등 AI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구글 클라우드에서 허깅페이스 모델을 학습·제공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개발자는 허깅페이스에서 차세대 AI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LM 개발사와 클라우드 업체의 짝짓기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도 같은 전략이다. MS는 오픈AI가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클라우드로 제공하고 챗GPT 기반이 되는 GPT-4 독점 사용권을 얻었다. 이후 검색엔진 ‘빙’과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파워포인트, 엑셀 등 자사 서비스에 하나둘 챗GPT를 심었다.

전문가들은 LLM과 클라우드의 결합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LLM이 데이터를 학습해 똑똑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사용자의 요청을 처리하려면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서비스를 클라우드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 협력이 특별한 건, 구글이 AI 개방 진영까지 파트너사로 껴안았다는 점 때문이다. 폐쇄 진영인 오픈AI-MS와 다른 전략을 택한 것이다. 폐쇄 진영은 개발 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독점하면서 수익을 추구한다. 내부 기준을 따르고 검증을 거치는 폐쇄형 모델이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방 진영은 개발 코드를 무료로 공개해 누구나 원하는 방식으로 모델을 개발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잠재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기술 개발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구글은 그간 최신 AI 모델을 공개하지 않는 폐쇄 진영에 속했다. 자체 LLM인 ‘팜(PaLM) 2’ 등 일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했지만 제한적인 활용만 가능했다. 그러던 구글이 지난달 LLM ‘제미나이’를 내놓고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개방 진영을 향한 구애에 나섰다. 오픈AI-MS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전열 재정비에 나선 것이다.

폐쇄 진영에 맞서는 건 구글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메타, IBM, 인텔 등 AI 기업과 연구기관 등 50개사는 개방형 AI 모델을 지향하는 AI 동맹을 출범시켰다. 애플 역시 지난달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 LLM ‘페럿’을 오픈소스로 내놨다. 통상 개발 정보를 철저하게 감추는 애플까지 개방 진영에 선 것이다.

폐쇄 진영과 개방 진영의 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오픈AI와 이를 따라잡기 위한 개방 연합의 속도 싸움이다. 이제 막 문이 열린 생성형 AI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포석도 있다. 오픈AI는 이미 ‘GPT 스토어’로 수많은 개발자를 자사 생태계에 몰아넣고 있다. 개방 진영 역시 자사 모델의 활용도를 높여 더 많은 개발자와 파트너사를 끌어들이려 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태동기 생태계를 선점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시장을 독식한 것처럼 AI 시장에서도 누가 생태계를 장악하느냐 싸움"이라며 "챗GPT처럼 주요 모델이 될 수 없다면 개방형으로 가거나 합종연횡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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