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없고 유산 위험 높여"… 의료계, 한방난임치료지원법 반대

최태원 2024. 1.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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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한방난임치료법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산율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영식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난임 부부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환영한다" 면서도 "한방난임치료가 임신율을 높인다는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오히려 유산의 위험을 높임으로써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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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유효성 평가 가능한 임상시험 근거 없어"
한의계 "직역이기주의에 매몰된 의료계는 반성해야"

의료계가 한방난임치료법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산율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원책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환자 안전을 위해 강경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의계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직역이기주의에 매몰돼 난임 부부를 외면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지원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최영식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지원법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9일 정부가 한방 난임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방 난임치료에 관한 기준을 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한방 난임 치료비 지원 조항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된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대조군 임상시험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한의대 교수들도 논문에서 인정하고 있다"며 "2019년 김동일 동국대 교수가 발표한 한방난임치료 임상연구에서 총 13명이 임신했으나 절반에 가까운 6명이 출산에 실패한 결과가 나왔다. 참여자들은 평균 30대 초반으로 유산 위험이 높은 연령도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최근까지 발표된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이 임신 성공률은 높여주지 못하면서 오히려 유산 위험만 몇 배 증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김동일 교수 연구와 2016년 김춘배 연세대 미래캠퍼스 의대 교수팀의 보고서 데이터를 종합하면 한약 복용 후 3개월 이내 임신한 여성의 출산 실패율이 복용 3개월 이후 임신한 여성보다 3.6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최영식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난임 부부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환영한다" 면서도 "한방난임치료가 임신율을 높인다는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오히려 유산의 위험을 높임으로써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객관적 연구 및 자료 확보, 투명한 공개가 선행돼야 하며, 근거 없는 한방난임치료비 지원 법률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임치료 한약 복용과 임신 시점에 따른 출산실패율 차이[이미지출처=대한의사협회]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될 경우 강경투쟁에 나서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유산율을 높인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목단피 등 약재가 한방난임치료에 쓰이고 있다. 강경투쟁을 통해 난임부부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의계는 의료계의 비판에 "직역이기주의에 매몰된 의료계는 반성해야 한다"며 반박에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의료계의 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통해 "한방난임치료는 10여년이 넘게 지방자치단체의 수많은 사업을 통해 검증됐으며 보건복지부의 연구 결과에서도 산부인과 인공수정보다 높은 14.44%의 성공률을 보였고, 난임부부 역시 96.8% 응답률로 정부 차원의 한의학 난임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국정감사에서 나온 의료계의 난임 수술 성공률도 언급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국정감사 당시 보건복지부 '2014년 난임 부부 지원사업 및 연도별 난임 시술기관의 시술 성공률 현황'을 근거로 인공수정 임신율 0% 의료기관이 2011∼2014년 100곳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한의계는 "이제는 의사만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의사패권주의'를 내려놓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생각하는 참 의료인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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