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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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인공지능까지, 박치욱 교수가 매년 여름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불확실한 우리 삶에서 가장 확실한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공부'이기 때문이다.
이 17년 주기와 13년 주기의 매미의 삶에는 수학적인 질문도 있다.
그러다 보니 포식자의 생애주기와 겹치기 힘든 소수의 생애주기를 가진 매미가 생존에 더 유리했고, 그 결과가 우리가 보는 13년 주기와 17년 주기의 매미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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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인공지능까지, 박치욱 교수가 매년 여름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불확실한 우리 삶에서 가장 확실한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공부'이기 때문이다. 한여름 귀가 찢어져라 우는 매미 소리를 듣다가 매미의 생애주기가 포식자와 피식자의 미묘한 줄다리기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경이로운 진화생물학의 세계에 빠져든다. 아들의 낚시를 따라다니다 낚시 게임에 중독되고, 다종다양한 물고기의 생김새를 접하며 물고기 분류학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에는 사실 모든 인류가 물고기였다는 놀라운 지식에 이른다. 음식과 언어 등 친숙한 주제부터, 퍼즐과 인체 같은 비교적 생소한 분야까지…. 다음번엔 또 무엇을 공부하게 될까 스스로도 알 수 없지만, 이러한 공부가 삶을 더 살 만한 것으로 만든다는 점은 분명하다. 글자 수 1118자.
2021년은 17년 주기 매미 중 브루드 10이 올라오는 해였다. 5월이 되기 전부터 미디어에 매미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났다. 그 이유는 브루드 10이 가장 큰 브루드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브루드 10이 올라왔던 2004년 역시 어마어마한 수의 매미가 미국 동부를 덮쳤다. 그 매미의 자손이 17년을 보내고 드디어 올라올 때가 된 거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많은 매미가 나왔다. 미국 동해안은 파도에 죽은 매미가 쓸려와 모래사장이 다 새까맣게 덮였을 정도였다. 인디애나주는 브루드 10 서식지의 서쪽 끝에 해당되는 지역이어서인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슨 매미가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는 되었다. 게다가 우리 집에 딸린 숲은 보존이 잘되어서인지 마당을 걷다 보면 날아가는 매미와 부딪힐 정도로 매미가 많았다. 시끄러운 건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시끄러워 괴로웠지만, 17년을 기다렸다 이제 나와서 겨울 한 달 데이트하는데 뭐 그럴 만도 하다고 이해했다. 이 대목에서 매미라는 존재의 본질은 과연 한 달 살고 마는 날개 달린 성충인가 땅속에서 17년을 산 유충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답은 나도 모른다.
(중략)
이 17년 주기와 13년 주기의 매미의 삶에는 수학적인 질문도 있다. 13과 17은 1과 자신 외에는 약수가 없는 소수(prime number)이다. 땅속에서 오래 버티다가 나오는 것도 신기하지만 아니 왜 하필 13과 17이냔 말이다. 지금은 타계한 전설적인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의 책 <다윈 이후>에 설명이 나와있다. 진화생물학에서는 포식자의 생애주기와 겹치는 걸 피하다 보니 이렇게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12년 만에 땅 위에 올라오면, 생애주기가 2년, 3년, 4년, 6년인 포식자의 생애주기와 겹치게 되고, 이 포식자들은 진화를 통해 매미를 선호하는 입맛을 획득할 두 있다. 그러다 보니 포식자의 생애주기와 겹치기 힘든 소수의 생애주기를 가진 매미가 생존에 더 유리했고, 그 결과가 우리가 보는 13년 주기와 17년 주기의 매미라는 거다. 굴드의 책에서 이 놀라운 현상을 처음 접했을 때, 포식자와 피식자의 줄다리기가 진화를 통해 이와 같은 수학적인 결과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박치욱, <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웨일북, 1만75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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