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망한 대한민국…현금성 저출생 지원 대신 ‘이것’ 필요하다

유민지 2024. 1.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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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K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서 조앤 윌리엄스 교수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고 놀라고 있다. EBS 캡처


저출생 시대를 맞아 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대응책이 나오는 가운데,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로 나뉘는 분위기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전통적인 가부장제와 이민에 배타적인 인식이 출산율 상승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지난 18일 저출생 공약을 동시에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금지원, 국민의힘은 육아휴직에 초점을 맞췄다. 자산·주거·양육 지원금 도입을 약속한 더불어민주당은 소득과 자산에 관계없이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 대출 후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시 동료 업무를 대행하는 수당을 신설하고, 1개월 남성 유급휴가를 의무화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같은 저출생 공약에도 온라인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애 낳는 사람도 키우는 사람도 여자인데 여자들이 혹할만한 정책을 내놓아야지 남자 육아휴직이라니”, “아빠 육아휴직 한 달? 놀러 가냐”, “원금을 왜 감면해주냐 제 정신이냐”고 비판하는 반응이 다수였다. 또 “다 같이 주 4일 근무로 바꿔서 비혼, 기혼 모두 행복한 정책 만들어라” “지금 애 없이 혼자 사는 것도 버겁다”고 하소연하는 반응도 많았다.

저출생 문제로 비상이 걸린 건 한국만이 아니다. 중국이나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인구 전망 역시 암울한 상황이다. 2022년 기준 대만과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각각 0.89명과 1.09명. OECD 평균인 1.5명에 못 미치는 건 물론, 세계 꼴찌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합계출산율 1.0명으로 출산율 반등에 실패했다. 아직 통계 집계 전인 한국과 대만도 각각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지난해 4분기 한국 합계출산율 0.6명)과 역대 최저 신생아수(지난해 4월 대만 출생아수 9643명)로 나타나 더 가파르게 추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만과 중국 역시 한국처럼 저출생 대책으로 현금성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대만은 지난 2018년 기본생활비차액(基本生活費差額) 제도를 도입해 소득 670만 대만달러(2억8588만원) 이하인 국민을 대상으로 5세 미만 자녀 1인당 최대 12만 대만달러(512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게 했다. 중국은 지난 1978년부터 시행해 온 한 자녀 정책(計劃生育政策)을 2016년 두 자녀 정책, 2021년 세 자녀 정책으로 연이어 변경했다. 여기에 매달 양육지원금과 주택 구입 보조금, 미혼모 출산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도 내놨다.

그래픽=이승렬 대리


이민자 수용해 저출생 극복, 전 세계 트렌드


동아시아가 현금지원과 저출생 낙관론에 빠져있는 동안, 유럽의 저출생 국가들은 인구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이민에 배타적이었던 기조를 전환하고 일·가정 양립 제도를 정착시킨 독일이 대표적이다.

지난 1990년대 출산율 급감을 경험한 독일은 이민 정책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독일은 미국, 캐나다 같은 전통적인 이민자 국가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처럼 단일민족 정서가 강해 방문 노동자와 그 후손들을 배척해 왔다. 하지만 2004년 ‘이민법’(유럽연합 시민과 외국인의 이민 유입, 통제, 경계설정과 체류관리 및 통합법률)을 제정하고, 이민국가에 맞는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2020년, 2021년에도 노동 이주를 촉진하는 방안과 숙련 노동자 이민법(Skilled Workers Immigration Act) 등을 제정하는 등 끊임없이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 결과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1.58명, 2022년 1.52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민자를 받아들여 저출생을 타개하는 정책은 전 세계로 확대되는 추세다. 해외인력을 유입해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국제이민은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일어날 기후변화 및 해수면 상승 등이 각국 국민들의 국경 간 이동을 가속할 거란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세계인구 약 40%(약 35억명)가 기후변화에 취약한 곳에 거주 중이다.

양성평등과 노동시장 개편, 출산율 상승 기대

독일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노동시장 개편에도 신경을 썼다. 미니잡, 미디잡 등 시간제 일자리 제도를 도입해 여성 고용을 증가시켰으나, 여전히 여성 소득은 불안정하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이를 반성하며 여성의 고용을 유지하면서 노동시간 자율권을 보장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이처럼 노동시간과 노동시장을 개혁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성차별 해소, 1차 노동시장 확대와 강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함께 펼쳤다. 고용과 노동을 연계한 저출생 대책을 망설이는 한국과 다른 행보다.

대만에서도 현금성 지원 정책보다 전통 유교 가치관에서 벗어난 가족구성 및 성평등 인식에 기반한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대만 매체 타이베이 타임스는 대만이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인 이유도 있으나, 결혼을 꺼리고 혼외자나 한부모 출산 등에 눈살을 찌푸리는 전통적인 유교 사회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4인 정상 가족이 아닌 다양한 가족 형태를 목표로 해야 출산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매체는 “정부는 양성평등을 촉진하고, 전통적인 양육 역할과 일·가정 양립에 대한 오명을 줄일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윤정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조사관은 “출산과 육아 시기에 남성들은 직업을 유지하고 소득을 위해 일을 하지만, 여성은 양육을 전담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성별 역할 분업이 동아시아 3국의 공통적인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금성 지원은 장기 효과보다 단기 효과를 보여주는 정책에 가깝다”며 “더 중요한 건 여성들의 일자리 문제, 특히 출산 후 고용시장으로 복귀했을 때의 차별 등이 해소되는 것이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출산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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