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전지] ‘양날의 검’ 美 IRA…급부상한 ‘나트륨이온배터리’
배터리업계, 'AMPC 수혜' 노리는 고객사들에 '진땀'
중국發 나트륨이온배터리, '게임체인저'로 떠올라
전기자동차 시장 개막과 함께 배터리 산업이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는 매일 우리를 어지럽게만 만들고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차!’ 싶었던 이달의 배터리 관련 이슈들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해드립니다. [편집자주]
우리 배터리 기업들에게 불황 속 ‘한 줄기 빛’이 될 것 같았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리 밝지 만은 않았다.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외국우려단체(FEOC) 세부 지침을 두고 배터리업계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테슬라, 제네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선 연초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 FEOC 세부 규정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이를 시행했다. 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FEOC에서 핵심 광물을 조달하는 기업은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에 핵심 광물을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미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만 한다. 중국 배제를 사실상 본격화한 셈이다. 중국은 FTA 체결국이 아닐뿐더러, 현지 기업 대부분이 FEOC로 규정됐다.
현재 중국산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은 업계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 기업은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세부 규정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은 미국 정부에 시행 유예나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최소 허용되는 특정 광물 비중을 현행 2%에서 10%로 높여 줄 것을, SK온은 FEOC 규정 적용을 2년 유예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SDI는 트랜지션룰(원산지 추적 어려운 핵심 광물에 대한 2년간 유예 기간 적용)하는 핵심 광물을 판단하기 위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산업부와 연계해 흑연에 대한 FEOC 적용 유예 요청을 포함, 의견 및 관련 질의를 제출했다.
일본 배터리 기업 파나소닉과 미국 ‘자동차 혁신 연합’(AAI)은 예외 비중을 ‘2%→5%’로 조정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GM은 “추적할 수 없는 재료도 있는데 (IRA가) 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 한파 막아준 AMPC…고객사는 ‘호시탐탐’
업계 한파 속에서 배터리 기업들의 든든한 ‘실적 버팀목’이 돼준 IRA 세부조항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AMPC는 기업이 미국에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면 받는 혜택으로, 배터리기업들에게 셀과 모듈 제조 시 각각 35달러(1kWh 기준), 45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AMPC 2501억원을 받으며, 가까스로 큰 폭의 실적 하락을 막았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53.7% 하락한 3382억원으로, AMPC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에 머무를 뻔했다.
SK온도 지난해 흑자전환은 실패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AMPC 효과는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4분기 SK의 AMPC 규모를 2351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고객사들과 나눠 먹게 생겼다. 협상력이 낮은 탓인지 파나소닉이 단독공장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사와 AMPC를 공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파나소닉은 지난해 2분기 예상 수혜액 450억엔의 절반 수준인 242억엔(약 2100억원)을 영업이익에서 차감하기도 했다.
배터리사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완성차 업체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인 듯하다. 지분율이 5대 5인 합작공장의 경우에도 완성차업체들이 지분율을 상회하는 보조금을 요구한다는 전언이 나온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GM은 지분율이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AMPC 배분을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완성차 업체와 보조금을 나누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삼성SDI는 최근 먼저 나서 고객사 스텔란티스와 보조금을 합작사 지분율대로 나누는 데 합의했다. 스텔란티스와 삼성SDI의 비율은 49대 51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파나소닉 사례를 따라 스텔란티스가 AMPC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요청할 수 있다는 추측들이 나온 바 있다.
LFP배터리 대항마?…'나트륨이온배터리'가 뜬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나서면서,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처럼 중저가형 배터리의 수요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상용화를 앞둔 ‘나트륨이온배터리(SIBs)’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향후에는 LFP배터리를 제치고 중저가형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나트륨이온배터리는 오는 2035년 LFP 배터리 대비 최소 11%, 최대 24% 저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나트륨이온배터리는 중저가 배터리의 새로운 레이아웃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자잿값 변동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더 커질 경우 2035년 최대 254.5기가와트시(GWh)의 시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공급망 문제가 상존하는 리튬을 대체해 나트륨을 원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트륨은 소금의 주요 원소로 쉽게 구할 수 있어 리튬 대비 매장량이 풍부하고 생산 단가도 낮은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금액 기준 시장 규모는 오는 2035년 약 19조원(14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나트륨이온배터리 상용화에 있어서도 LFP배터리로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이 가장 앞선 상태다. 2021년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처음 개발을 발표했으며, 중국 전기차 기업인 JAC는 원통형 나트륨이온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 판매를 시작했다. BYD는 100억위안(약 1조8658억원)을 들여 중국 쑤저우에 대규모 나트륨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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