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로 전향한 운동권 "선거는 51% 싸움…與, 유승민 안아야" [4.10 총선 읽기]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사진)은 “2021년 보궐선거부터 국민의힘의 선거 승리는 반문(반문재인) 연대 덕분이다. 지금은 그 연합전선이 붕괴된 상태”라며 “유승민 전 의원 등을 받아들이고 ‘51%의 선거연합’을 만들어야 선거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1963년생인 김 소장은 서울대 공대 졸업 후 위장 취업으로 서울 구로공단 등에서 공장노동자로 일하다가 2006년 사회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며 진보 좌파진영의 전략가로 꼽혔다. 하지만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등에서 기존 운동권 입장과 거리를 두었고, 2013년엔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을 탈당했다. 2020년에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공천을 받아 관악갑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선 정부심판론이 우위다. 판세는 어떻게 보나.
=과거 선거에서는 통상적인 선거 구호나 전략전술이 있었다. 그런데 현재 여당에선 그런 게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비대위원장, 정영환 공관위원장 등은 모두 직업 공무원 출신 아닌가. 이를 뒷받침하는 경륜있는 참모가 안 보인다. 축적된 선거 노하우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보인다. 2008년 총선 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MB의 ‘뉴타운 바람’, 2012년 총선 때 중도층 공략에 먹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등이 없다. 야당도 비슷하다. 역대급 ‘하수 vs 하수’의 싸움이다.
-여당이 4년전 총선보다는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지 않겠나
=그때는 완전히 망한 선거였는데 비교하면 되나. 서울은 그때보다 전체적으로 연령층이 올라갔고, 문재인 정부 기간 자산(부동산)이 상승해 주민구성이 바뀌면서 보수화 경향이 짙어졌다. 하지만 서울에서 빠져나간 주민이 정착한 경기는 ‘친야 성향’이 뚜렷해졌다. 누가 웃을지는 알 수 없다.
김 소장은 “선거는 51%를 확보하는 진영이 승리하는 싸움”이라며 여권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껴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30 세대를 잡기 위해 과감한 출산 보육 정책도 필요하다고 봤다.
-총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선거는 51:49의 싸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독자적으로 '51'을 만들 수 없으니까 김종필 전 총리와 공동정권을 만들었다. 지난 대선도 들여다보면 다양한 그룹의 연합으로 이겼다.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안보보수, 2030세대, 진중권·김경율로 대표되는 탈민주·리버럴 계열 등이 연합했다. 지금은 이들이 흩어졌다. 대선때보다 몸집이 줄어들었다. 지지 그룹을 복원해야 한다. 유승민 전 의원도 대승적으로 안아야 한다. 그의 '따뜻한 보수'를 지지하는 층이 분명히 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의 연대도 해야 하나.
=이준석 대표는 탈당 과정에서 상처와 갈등이 많았다. 편가르기 정치 스타일 때문에 어렵게 끌어안아도 온전히 플러스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여권을 지지했던 2030세대의 표심은 어떻게 보나.
=이들은 보수·진보 진영 의식이 없다. 지난 대선은 조국 사태를 비롯해 민주당에 대한 반발 성격이 강한 투표였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 이탈 후 여당에서 2030 세대를 잡을만한 마땅한 정책이나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저출산 공약을 보면 답답하다. 남성도 출산휴가 1개월을 준다?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은 분명 혜택을 볼 거다. 하지만 지방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은 사정이 다르다. 오히려 '2자녀 출산 시 24평 임대주택을 준다'는 민주당의 메시지가 더 소구력이 있다.
-퍼주기식 포퓰리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진보든 보수든 저출산 문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도 내놔야 한다.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한다. 게다가 외국보다 우리는 더 심각하다.
김 소장은 여당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야당에 비해 빈약한 '서사'를 들었다. 또 한동훈 위원장의 차별화가 선거를 가를 변수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비해 서사가 약하다는 지적을 했다.
=민주당 정부는 서사가 뚜렷하다. 항일투쟁과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내세운다. 화룡정점이 촛불혁명이다. 대한민국에 부패한 기회주의가 판치는 건 친일청산이 안 됐기 때문이라는 서사를 설파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문화계가 외곽 지원을 한다. 여기서 민주당 불굴의 힘이 나온다. 이 논리에 함몰된 40대의 민주당 지지가 견고한 이유다. 국민의힘은 이런 서사를 만들지 못하고 영화 '서울의봄'에 변죽만 울리고 있다. 근대화, 자유주의 등 보수의 사상을 다지면서 노조의 억압성, 운동권의 이중성을 폭로하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동훈 위원장의 '586 청산론'이 맞불 아닌가
='청산'이라는 구호만 있을 뿐 586 운동권이 만든 이념 정책의 폐해를 제대로 부각하지 못한다. 부패, 기득권 같은 도덕적 문제는 핵심을 비껴가 허공에 주먹질하는 셈이다. 그건 운동권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속성이다. 부동산 문제처럼 이념 정치의 폐해를 선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관계도 주목거리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득표격차, 국회 의석, 정치 경험, 지지층 분포 등을 고려할 때 1987년 체제 이후 최약체 정권이다. 현재 대통령 지지율도 낮다. 한 위원장은 과거 김영삼 정부 때의 이회창, 전두환 정부 후반의 노태우 같은 사례를 참고해서 '현명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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