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불편한 아이, 원인은 십중팔구…" 35년 전문가의 확신

정선언 2024. 1.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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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사이가 좋아야 해요. 부부가 갈등하는 가정에선 낙관적인 태도도, 단단한 자아도 만들 수 없어요. "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건 모든 양육자의 바람이다. 아이에게 뭘 어떻게 해주면 될까? 이남옥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아이가 아니라 부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가 편안하고 행복해야 아이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부·가족 상담 전문가인 이남옥 교수는 "아이를 잘 키우려면 아이와의 관계보다 배우자와의 관계부터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부부가 갈등하는 가정에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장진영 기자

이 교수는 부부·가족 상담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 중 한 명이다. 독일에서 가족 갈등 관리 조정 전문가로 활동하다 2003년부터 한국에서 가족 상담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서비스 The JoongAng Plus 안에서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는 지난 24일 그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 초대했다. 지난 1일 인터뷰 기사(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8299)가 발행된 이후 구독자들로부터 이 교수를 만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1시간여 동안 오간 독자와의 질의응답을 정리했다.

Q :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아니라 부부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요?
A : 부부 사이가 나쁘면, 아이는 부모와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없어요. 엄마가 아이에게 아빠 흉을 보거나 “너 때문에 산다”는 식으로 신세 한탄을 하면 아이는 어떻겠어요? 아빠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도 없고, 엄마의 불행이 나로 인한 것이라는 자책을 할 수도 있죠.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길 바란다면, 무엇보다 부부가 행복해야 합니다.

Q :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잘 알아야 도움도 줄 수 있을 텐데요.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라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A : 감정을 알아채고, 표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양육자가 아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알아차려 주는 게 중요하죠. 아이가 말을 해야만 알아챌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말투, 표정, 행동도 다 신호거든요. 아이의 감정을 파악한 뒤에 어떻게 행동하느냐도 중요합니다. “화내지 마”, “울지 마”라고 말하는 건 정서적인 폭력이에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무시하라고 강요하는 거니까요. “화가 났구나. 화가 나는 이유가 있을 거야. 왜 화가 났는지 한 번 생각해볼까?”라고 말해주세요. 감정을 긍정하고, 원인을 파악해서 대처할 수 있도록요.

Q : 양육자가 먼저 감정이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게 도움이 될까요?
A : 물론이죠. 평소 감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 좋아요. “행복해”, “신나” 같은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화가 나”, “속상해”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말하세요. 소리 지르면서 화를 내는 것과 화나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거예요. 잘 표현하면 상대도 그 감정을 존중할 수 있죠. 부부끼리 부정적인 감정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푸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배울 수 있어요.

Q : 아이가 “난 잘 못해”, “내가 싫어”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아이가 그런 말을 한다면, 우선 양육자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해요. 아이가 혼자 부정적인 자아상을 세우는 경우는 없어요. 아이가 가장 많이 상호작용하는 사람이 부모잖아요. 아마도 부모에게서 부정적인 얘길 많이 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 잘해야 돼”, “이런 점이 부족했어” 같은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는지 자문해 보세요. 아이의 생각을 바꾸려면 긍정적인 얘길 많이 해야 해요. 지금의 2~3배는 더 해야 하죠. 한두 번의 노력으로 아이가 바로 변하진 않을 거예요. 길게 보고 계속하셔야 합니다. 인생에 늦은 때란 없으니, 포기하지 마시고요.

Q :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주저하는 아이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하신 분은 아이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고, 불안도가 높은 것 같다고 하셨어요.
A : 아이의 기질은 저마다 다릅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요. 양육자가 아이의 특성을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됩니다. 조심스러운 성향이라면,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데 주저하는 게 당연해요. 이때 엄마가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염려하면, 아이는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집니다. 염려하기보다 아이가 불안을 느낄 요소를 찾아서 함께 제거한다면, 아이는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Q : 곧 신학기가 시작되는데요.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에겐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요?
A : 모든 인간관계의 뿌리는 양육자와의 관계입니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는, 자신감을 갖고 타인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친구 관계가 고민이라면, 양육자와의 관계부터 점검하는 게 필요하죠. 양육자와의 애착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겁니다. 당장 친구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우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세요. 아이의 상황을 평가하려고 하지도 말고, 성급하게 해결책을 주려고 하지도 마시고요. 그냥 매일 매일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세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세요. 너는 충분히 좋은 아이고, 친구 관계는 반드시 좋아질 거라고요. 낙관을 심어주는 것이야 말로 양육자가 해야 할 일이죠.

Q : 아이가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 아이가 스스로 지키는 힘을 갖도록 하는 것도 양육자의 역할이에요. “무시하라”거나 “너도 똑같이 해”라고 하는 건 결코 좋은 대처가 아닙니다. 괴롭히는 행동은 옳지 않다고, 그 행동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해야죠. 이런 상황에서 양육자는 “네 옆에 항상 내가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합니다. 자기를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에게 큰 힘이 되거든요.

Q : 형제·자매·남매 사이 갈등에 관한 질문이 유독 많은데요. 첫째가 둘째를 싫어하고 괴롭힌다는 고민이 주를 이룹니다.
A : 아이들은 누구나 부모의 사랑을 갈구해요. 형이나 언니 혹은 동생과 부모의 사랑을 나눈다는 느낌이 썩 반갑진 않을 거예요. 그런데 심지어 덜 받는다고 느끼면 어떨까요? 만약 첫째가 동생을 괴롭힌다면, 행동을 바로 잡기에 앞서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해요. 엄마·아빠의 사랑이 동생에게 더 많이 간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거든요. 부모들도 형제 관계를 훈육에 이용하기도 해요. “형 좀 보고 배워라”, “동생만도 못하네”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비교하면, 아이들의 싸움은 더 치열해집니다. 만약 아이들이 싸운다면, 두 아이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그리고 양쪽 모두 수긍해주세요. “얘기를 들어보니 왜 싸웠는지 알겠다” 하면서요. 섣불리 누구 편을 들거나, 다 듣지도 않고 잘잘못을 가려주려 들면 안 됩니다.

Q : 아이들이 이런 질문 자주 해요. “누구를 더 사랑해?” 하는요. 이럴 땐 뭐라고 답해야 하나요?
A : 논리적으로 답하려 해선 안 됩니다. 아이가 “내 눈이 커, 작아?”라고 물어본 게 아니잖아요. 질문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어떤 답이 듣고 싶을까요? “네가 최고지”라는 말 아니겠어요? 그 마음을 알아주세요. 그렇게 답하면, 옆에서 듣던 다른 아이가 “그럼 나는?” 하겠죠? 그럼 또 “너도 최고지!”하고 답해주면 됩니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와요.

지난 24일 진행된 hello! Parents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의 모습. 화면 위는 진행을 맡은 이송원 기자, 화면 아래는 이남옥 교수다.

이남옥 교수는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좋은 양육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완벽한 부모, 좋은 부모가 되려고 애쓰는 것보다 스스로 편안하고 행복한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부모가 행복하게 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 전하나 객원기자 itelmen@kakao.com,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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