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회" 삼겹살에 푹 빠졌다…58세 '007 빌런'의 반전 매력

전수진 2024. 1.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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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한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 AFP=연합뉴스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의 이름을 국내 검색 플랫폼에 치면, '한식'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그가 삼겹살 구이 등 한식을 즐긴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가 한 유럽의 한식당을 1주일 중 6일간 방문한 사실이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알려진 건 지난해다. 1주일 중 빠진 하루가 그 식당의 휴일이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미켈슨을 그러나 한식 매니어로서만 인식한다면 곤란하다. 미켈슨은 배우로서도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할리우드에 없어선 안 되는 캐릭터 배우이자, 스타 배우"라고 그를 표현했다.

미켈슨은 신작 영화 '프로미스드 랜드(the Promised Land)'로 영어권 매체에선 한창 인터뷰 릴레이 중이다. 그 중 주목할만한 건 지난 28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권위지 뉴요커(the New Yorker)의 최신호 인터뷰. 기사의 제목은 '매즈 미켈슨이 (관객으로 하여금) 악마에 공감하도록 하는 법'이다. 미켈슨은 악역으로 본격 스타덤에 올랐다. 2006년 개봉한 007 시리즈 '카지노 로얄'이 대표적이다. 뉴요커는 "미켈슨이 배우가 된 것은 우연히 독립 영화에 출연하면서였고, 이젠 악역부터 주역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화한다"고 소개했다.

미켈슨은 뉴요커에 "10년 이상 무용수를 하면서 점차 내 진정한 열정은 연기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연히 출연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에서 연기를 하는 건 마치 장난꾸러기 소년이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안겨줬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후 007시리즈에 이어 할리우드의 여러 대작에도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동시에 독립 및 예술영화에서도 계속 활동했고, 칸느 영화제에서 '더 헌트'로 남우주연상을 손에 넣었다.

매즈 미켈슨이 악역으로 출연한 '007 시리즈' '카지노 로얄'의 한 장면. [영화 공식 스틸컷]


1965년생인 미켈슨은 어린 시절 기계체조 선수를 꿈꾸며 연습에 매진했다. 그러나 성장기에 키가 갑자기 웃자라면서 체조선수에게 적합한 신장을 뛰어넘는 185cm 가까이 됐다. 기계체조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접은 그는 대신 특기를 살려 스웨덴의 예테보리 발레학교에 진학했고, 무용수로 약 10년 활동했다. 그와 25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4세 연상의 부인 한나 야콥슨도 이때 만난 안무가다. 둘 사이엔 아들과 딸이 한 명씩 있다.

배우 매즈 미켈슨과 부인 한나 야콥슨. 지난해 5월 칸느 영화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그가 작품을 고르는 방식은 뭘까. 그는 뉴요커에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나리오를 자세히 읽고, 느낌이 오면 응한다"고 했다. 이어 "실존 인물에 관한 영화인 경우엔 그 인물에 대해 칭송만 하지 않는 영화를 고른다"며 "실제 인간을 알기 위해선 입에 발린 칭찬을 넘어 그 인간의 속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캐릭터를 고르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런 답을 내놓았다.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쓴 인물을 다룬 '더 헌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다. 그에게 칸 남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이다. "주인공에게 소년이 총을 쏘는 장면이 있는데, 과연 그 소년만이 나쁜 걸까. 그 소년이 방아쇠를 당기도록 그가 어떤 일을 한 건 아닐까. 이런 깊은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인생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니까."

연극 무대가 그립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연극은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엄청 많이 했다"며 "무용수로 무대에 서는 것을 졸업하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젠 절대 안 하겠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겠지만(never say never) 글쎄 당분간은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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