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대통령의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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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에 있을 때 "검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설득"이라고 신임 검사들에게 강조했었다.
먼저 자기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들에게 설득해 검찰 조직의 의사로 만들고, 다음으로는 법원을 설득해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는 게 검사의 업무라는 설명이었다.
윤 대통령의 '검사론'에 "죄가 있고 없으면 그만이지 뭘 설득하는 문제인가"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검사뿐 아니라 대개의 인생은 그렇게 설득하는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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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에 있을 때 “검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설득”이라고 신임 검사들에게 강조했었다. 먼저 자기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들에게 설득해 검찰 조직의 의사로 만들고, 다음으로는 법원을 설득해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는 게 검사의 업무라는 설명이었다. 윤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해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고도 했다. 밤새 의견서도 써 보고, 법정에서 거액 변호인단과 맞서 보는 경험이 검찰의 역량이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검사론’에 “죄가 있고 없으면 그만이지 뭘 설득하는 문제인가”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검사뿐 아니라 대개의 인생은 그렇게 설득하는 연속이다. 남들도 내가 보는 대로 보고 내 생각대로 믿는다면 간편하겠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고, 진실은 때로 다면적이었다. 그러니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 대법원의 판결도 다수의 ‘의견’이고, 숫자로만 따져져야 할 경영 속에도 ‘꽌시’가 있지 않겠는가.
어떤 날에 어떻게 정성을 들여야 뜻이 받아들여질까 걱정하는 직업인들의 자세는 엄청나다. 어떤 관료들은 보고를 들어가기 전 꼭 비서실에 “오늘 기색이 어떠시냐” “앞선 보고는 길었느냐” 묻는다. 영업하는 사람들은 마주 앉을 상대방의 출신과 성향을 먼저 알려 애쓴다. 마음 졸여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이런 태도를 꼼수라 폄하하지 않고, 유능이라 말한다. 기자 역시 큰 기사 써낼 리 만무한 실력이면서도 어떻게 해야 데스크의 마음을 얻을까 딴에는 궁리를 했다.
보고의 기술을 가르치는 책도 넘쳐난다. 상급자가 결론부터 말해야 좋아하는지, 도표를 곁들여야 이해하는지 먼저 파악하라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매사 통용되는 설득의 기술이란 없고, 본인 스스로 터득해야 할 몫이 적잖이 있다는 점이다. “영 마음을 열지 않는 취재원에겐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물었을 때 “수박 사서 들고 가야지” 하던 선배가 있었다. 배운 대로 삼고초려를 한들 더욱 멀어지는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설득 중 화려한 것은 역설적으로 직언이 아닐까 싶다. 당당한 쓴소리에 보내는 찬사들은 역사책마다 넘친다. ‘도끼에 맞더라도 바른길로 가도록 간하고, 솥에 삶아 죽이려 해도 옳은 말을 하라’는 가르침도 있다. 윤 대통령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것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던 거침없는 국정감사 장면도 아직 회자된다.
모든 직언이 영웅담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고, 설득에 실패한 직언은 쓸모도 없게 된다. 실패담은 더욱 많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는다. 이 과정엔 운도 뒤따라야 한다. 당 태종 이세민의 ‘정관의 치’는 간의대부 위징의 거침없는 충언 덕에 가능했다고들 하지만 다르게 해석하는 이도 많다. 위징이 태종에게 말을 잘한 것뿐 아니라, 태종이 위징의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었기에 태평성대가 왔다는 해석이다.
지지율을 보면 윤 대통령은 아무래도 여론의 법정에서 고전하는 모양새다. 논란마다 거침없이 대답하고 설득하던 모습은 지금 보이지 않고, 한때 최고의 참모가 한 말을 두고 갈등했다. 사람들은 “참모들이 제대로 직언하느냐”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굳이 꼽는다면, 직언하고 설득하지 못하는 쪽은 지금으로선 윤 대통령 본인일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에게 ‘대국민 소통’의 고심이 길어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수사를 놓고도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던 대통령임을 기억한다.
이경원 정치부 차장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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