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윤여정의 존재감…캐릭터 성별도 바꿨다
설 연휴 개봉하는 ‘도그데이즈’는 배우 윤여정(사진)의 본모습을 맛깔나게 살린 영화다. 극 중 그가 맡은 전민서는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 손자뻘 MZ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와도 스스럼없이 말을 튼다. 민서가 사는 큰 집이, 사별한 남편이 벌어다 준 재산일 걸로 넘겨짚는 진우의 구식 여성관엔 뼈 있는 농담으로 응수한다. “넌 나이 들지 마라, 이미 꼰대잖아.” 꼰대는 나이순이 아니라는 경험적 진리가 윤여정 특유의 톡 쏘는 말맛에 실려 유쾌하게 다가온다.
청춘을 아깝게 보내지 말라는 민서의 조언이 공허한 잔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도 나이·성공에 도취하지 않고, 살아온 경험을 솔직하게 나눠온 윤여정의 평소 이미지 덕분이다. 2021년 한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뒤에도 그는 “달라진 건 없다. 나는 나대로 살다 죽을 거”라 소탈하게 소감을 밝혔다. 연기자이자 이혼한 워킹맘으로서 삶의 단맛, 쓴맛을 몸소 겪으며 정상에 선 스크린 밖 윤여정 인생사가 극 중 캐릭터와 겹쳐져 보인다.
노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좋은 배우들이 많지만, 요즘 윤여정이 개척하는 인물들은 독보적이다. ‘도그데이즈’에도 캐스팅 비화가 있다. 사실 최초 시나리오 상의 캐릭터는 은퇴한 남자 교수였단다. 이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줄 배우를 고민하던 김덕민 감독이 조연출을 맡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2018) 현장에서 직접 겪은 윤여정을 떠올렸다. 제작사와 만장일치로 캐릭터 성별까지 바꿔 1순위로 캐스팅했다고 한다. 배우 스스로의 존재감이 영감이 되어, 스크린 속 풍경까지 바꿔놨다. 그의 다음 작품이 더욱 궁금해진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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