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생활의 발견] 발품은 몸에 새기는 공부 아닐까요
1월 1일 새해 첫날에 산문집을 하나 펴냈다. 그리고 오늘은 1월 31일이니까 출간한 지 딱 한 달이 되는 셈이다. 애초에 필력으로 먹고살 수 있는 작가가 못 되는 연유로, 그저 책 한 권 가질 수 있음을 감사하는 작가나 되는 까닭에, 이번 책은 꽤나 멀찍이서 특유의 거리감을 두고 볼 수 있었다.
백지를 땅으로 삼아 밥벌이를 한 것이 햇수로 26년쯤 되는데, 따지고 보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반복하여 들은 단골 레퍼토리가 “바야흐로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말 아니었나 싶다. 스물셋 작은 잡지사 계약직일 때는 심장에서 쿵 사과 한 알 떨어지는 소리로 들었던 말, 마흔아홉 작은 출판사 대표이고 보니 심장에서 쿵…쿵… 사과 스물여섯 알 떨어지는 소리로 듣게 되는 말. 어느 업계가 매년 호황이겠냐만, 어떤 사람이 매순간 호시절이기만 하겠냐만, 내 사는 일에 국한하여 말할 수밖에 없는바 정말이지 ‘책’은 참 어려운 물성 같다.
내 책을 두고 스스로 ‘소박하고 얄팍한 읽을거리’라 칭한 데서 일단은 그 모자람을 인정한 채 1월 내내 형편이 닿는 한 크고 작은 여러 책방엘 들러보았다. 책을 쓰는 마음과 책을 만드는 마음이 책을 파는 마음과 책을 읽는 마음에 되도록 직선주로로 정직하게 들어섰으면 하는 심사에서 비롯한 발품이었다. 걸어 다니는 수고라 할 적의 ‘발품’은 몸에 새기는 공부가 아닌가.
정치판 뉴스만 보더라도 그 쉬운 말 ‘백문이 불여일견’이 가장 어려운 말이다 싶어 시인들 네 명이서 지난 주말 강릉의 한 서점을 방문했다. 우리가 좋아 우리들 책이 놓인 매대를 구경하는 일로 새해 힘이나 내어보자 하였는데, 서점 근처에서 와인숍과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대표님 두 분이 우리들 책을 읽고 각기 어울리는 와인과 케이크를 선물로 준비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누가 시켰나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것을요. 상생과 연대는 그렇게 발품 가운데 있었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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