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팬의 기대 벌써 실감, 우승 갈증 풀어야죠”
“계약서를 쓸 때까진 몰랐는데 감독이 되고 보니 비로소 인기를 실감하겠더라고요, 하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 김태형(57) 감독은 최근 보름 일정으로 태국 파타야를 다녀왔다. 해설위원으로 바쁘게 보낸 지난 2023년을 정리하고,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짬을 냈다.
당초 휴가 기간 만큼은 야구를 잊어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만나는 이들마다 롯데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어떤 분들은 ‘롯데를 잘 부탁한다’고 했고, 또 다른 분들은 ‘롯데가 가을야구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며 은근히 압박을 줬다. 한국에서보다 야구 생각을 더 많이 하면서 지냈다”며 웃었다.
지난해 10월 롯데의 21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기분 좋은 설렘을 느낀다. 당장이라도 괌에 마련할 스프링캠프로 떠나고 싶다”면서 “사실 감독 교체 만으로 팀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시는 만큼 목표로 정한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임기 내 한국시리즈 우승 달성을 위해 뛰어보겠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포수로 활약한 김 감독은 지난 2015년 친정팀 두산의 부름을 받고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KBO리그 최초의 대기록을 쓰며 명장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계약을 종료하며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그는 한 시즌 만에 롯데 지휘봉을 잡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롯데는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최근 10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은 단 한 번 뿐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번 7~10위의 하위권을 맴돌았다. 김 감독은 “롯데는 좋은 자원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다만 포지션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확실한 주전은 포수 유강남과 외야수 겸 지명타자 전준우, 외야수 윤동희 정도다. 나머지 포지션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주인을 정하려 한다. 현재 대략적인 윤곽만 잡아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번 겨울 FA 계약을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내야수 안치홍을 두고는 “타선에서 존재감이 적지 않았다. 그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 지 여부도 중요한 숙제”라고 설명했다.
올겨울 롯데는 사령탑 뿐만 아니라 프런트와 스태프도 대폭 교체했다. 오랜 기간 운영팀장과 홍보팀장 등을 역임한 박준혁 단장이 부임했고, 김 감독과 인연이 깊은 김민재, 김광수, 김민호, 고영민 코치를 새로 데려왔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구성할 당시 ‘다시 같이 야구해보자’는 한 마디에 모두들 흔쾌히 ‘OK’ 사인을 보내줘 고마웠다. 새 코치들을 예우해준 단장님께도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감독과 단장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이어져 내홍을 겪은 바 있다. 김 감독은 이 부분을 의식한 듯 “박 단장은 롯데와 함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라면서 “워낙 경험이 많고 선수단에 대해서도 잘 알아 이야기를 나누기가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 줄곧 사용한 등번호 88번을 롯데에서도 달기로 했다. 이유를 묻자 “코치 때는 주로 80번을 달다가 감독이 되고 나서 88번을 처음 써봤다.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성적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내가 1988 서울올림픽 야구대표팀 출신이라는 의미도 있다”면서 “주위 롯데 팬들께서 상당한 기대감을 보여주신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다. 이제부턴 롯데에서 88번의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최근 몇 년간 마주한 김 감독의 미소 중 가장 밝았다.
■ 새 시즌 앞두고 확 바뀐 롯데 자이언츠
「 ◦ 신임 감독 : 김태형
◦ 신임 단장 : 박준혁
◦ 신임 2군 감독 : 김용희
◦ 새 코치진 : 김민재 김광수 김민호 주형광 고영민 김주찬
◦ 영입 선수 : 김민성 진해수 임준섭 최항
」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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